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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탈핵’, 너무 미흡하다

문재인 정부가 6월 19일 고리 1호기를 폐쇄한 데 이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탈핵’ 노선을 천명하자 우파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에 이미 폐쇄 결정이 내려진 고리1호기와 달리 신고리 5·6호기는 새로 짓고 있는 핵발전소여서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탈핵’으로 나아갈지 여부를 보여 줄 시금석의 하나로 여겨진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조처가 ‘탈핵’ 전망을 분명히 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은 애초 약속과 달리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최종 중단 여부를 ‘공론화 위원회’에 묻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 위원들도 핵발전에 친화적인 학회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행정학회 등)에게 추천받겠다고 해, 사실상 후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공론화 위원회에 관한 책임을 맡은 산업통상미래정책관실도 그동안 핵발전 정책을 주도해 온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핵발전을 홍보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수원 이사들은 이번 조처가 ‘일시 중단’일 뿐이고 영구 중단은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공사가 거의 완료됐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는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가동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도 핵발전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꼴이 된다. 이 3기의 설비용량을 합하면 모두 4천2백 메가와트로 고리 1호기(5백87메가와트)의 7배가 넘는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수명을 다했지만 수명을 연장(!)해 여전히 가동 중인데, 7월 3일 서울고등법원이 수명 연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들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핵발전을 옹호하는 이들은 이런 조처가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자극할까 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듯하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에 대한 여론은 크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시종일관 핵발전을 옹호하고 확대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그런데 이제 새 정부가 ‘탈핵’을 내세우니 이 여론이 진정한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여길 법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년이 지났지만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핵발전 친화적 학자들은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로 핵발전을 대체하면 돈이 많이 들어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7월 12일 바른정당 김무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서울대 교수 황일순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퍼센트로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지금의 3.3배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인용해, 독일에서 탈핵 정책 시행 이후 전기요금이 21퍼센트나 올랐다고 지적했다. 핵발전 옹호 학자 수백 명이 문재인의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뉴스타파〉의 탐사 보도를 보면, 이들 중 상당수가 핵산업 관련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뉴스타파〉, ‘원자력 학계 ‘대부’들, 원전 기업 주식 무상 소유 드러나’)

이에 대해 주요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과장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독일에서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 효율이 높아져 전체 사용량이 줄었고, 덕분에 전기요금도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진실은 뭘까?

먼저, 핵발전이 재생에너지보다 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핵발전이 싸다는 계산은 대부분 핵발전에 꼭 필요한 안전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정부 기구들도 핵발전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 재생에너지는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비용이 10여 년 전 예상되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그림1).

그림 1. 발전원별 전력생산단가 비교, 2015년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단위 £/MWh

그럼에도 독일에서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 독일 정부는 주거용 전기요금은 크게 인상한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오히려 인하했다(그림2). 핵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림 2. 독일의 전기요금 추이(유로/KWHh) 출처: EUROSTAT

요컨대 진정한 쟁점은 전기요금이 오르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누가 그 비용을 책임질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도 환경 파괴에 책임이 있고,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현재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한국의 두 배가량이다. 이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탈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낮다지만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치보다 낮다. 반면 한국의 15대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전체 가구(2천만 가구)의 사용량보다도 많다(그림3, 표1).

그림 3. 가정용 전력 소비량과 15대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전력 소비량 비교 단위: 테라와트시(TWh), 억 원. 출처: 한국전력
표1. 10대 전력 대소비 기업의 전력 사용량과 전기요금
기업 전력 사용량(기가와트시) 전기요금(억 원)
현대제철 12,025 11,605
삼성전자 10,042 9,662
포스코 9,391 8,267
삼성디스플레이 7,219 6,934
엘지디스플레이 6,182 5,951
SK하이닉스 5,121 4,932
엘지화학 3,321 3,267
OCI주식회사 3,054 3,022
㈜한주 2,988 2,908
고려아연 2,958 2,381
합계 62,301 58,929

출처 : 한국전력

전기요금

〈조선일보〉는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핵발전소를 늘리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성급하게 탈핵 정책을 추진한다며 “6백조 원전 시장 스스로 걷어차는 한국”이라고 비난한다. 또, “에너지 전문가 A씨, B씨”를 인용해 “한정된 토지’ 때문에 재생에너지로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주요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곳은 중국 같은 신흥공업국들일 뿐, 선진국들은 탈핵이 대세라고 주장한다. 또,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앞서 지적한 관점 탓에 현재의 전력 소비량을 고스란히 고수하려 해서는 안 되고 총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건설은 또 다른 환경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원전 시장’ 주장이 잘못된 것은 이윤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데에 있지, 대세를 잘못 읽은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핵발전에 대한 주요 선진국들의 태도는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한동안 중단했던 핵발전소 건설을 재개했고, 영국도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핵발전소를 가장 많이 늘리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재생에너지 설비를 가장 많이 짓고 있는 나라도 중국이다. 독일, 대만, 스위스, 스웨덴 등은 탈핵 선언을 했다. 미심쩍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선진국의 핵발전 정책을 따르자는 주장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핵발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핵사고가 낳을 ‘비용 부담’이 이익보다 클 수 있다고 여길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가 그런 판단의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해 11월 28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비용이 2백10조 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사고 초기에 예상한 것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비용을 핵발전 비용에 포함시킬지 말지는 순전히 극소수의 지배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남은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해 이 비용을 부분적으로 발전 비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한국 정부는 이 비용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2012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을 보면, 핵발전소 23기의 폐기물 관리 비용만 72조 원이고, 이후 해체 비용으로 23.6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는 각각을 위한 적립금을 16조 원, 9.2조 원만 준비해 두고 있다. 핵발전 비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물론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핵발전을 포기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싼 전기요금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경쟁력 일부는 저렴한 전기요금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철강 산업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무역 제재를 할 정도다.(물론 미국이 그럴 자격은 없다. 미국은 핵발전소에 노골적으로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다.)

따라서 ‘재벌 개혁’ 공약에서도 후퇴할 정도로 기업주들의 이익에 민감한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탈핵으로 나아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전기요금으로 인한 기업주들의 부담이 커지면 독일처럼 탈핵을 선언한 나라들조차 언제 그 약속을 뒤집을지 알 수 없다. 핵발전소가 핵무기 원료 공장이고, 이 이유 때문에라도 다수 나라들이 핵발전소 연관 기술을 보유하려 애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공개 서한을 보내 반대 입장을 밝힌 미국의 ‘환경운동가’ 마이클 셰렌버그는 노골적으로 이런 관점을 드러냈다. “한국이 원자력 사업에서 손을 뗀다면 중국과 러시아만 원전 수출 시장에 남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은 이것 역시 우려 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시장 논리에 도전하지 않고 오히려 그 논리를 근거로 탈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를 간과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다수 자본의 경쟁에 토대를 둔 체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세계 전체, 혹은 일국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터무니없이 불합리한 결정이 개별 자본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합리적인 결정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는 자본가들의 단기적 시야와도 관련이 있다. 현대제철이나 삼성전자의 처지에서는, 언제 치르게 될지도 모를 핵발전소 사고 비용보다 당장 값싼 전기요금으로 세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기후 변화와 온실가스 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은 그만큼 경쟁력을 잃는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들의 이윤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여긴다.

이 점에서 일부 기업들의 ‘그린워시’를 찬양하는 것도 완전히 부적절한 일이다. 예컨대 구글과 애플은 자국 내에서 ‘재생에너지 1백 퍼센트 사용’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의 설비와 생산기지 상당 부분은 해외에 있고, 해외 기지의 환경 비용은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부 기업을 찬양하는 관점은 대중 운동보다 국회 로비나 정부와의 협치(‘거버넌스’)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체제의 핵심 논리를 거스르지 않는 시각으로는 권력을 쥔 자들을 설득해서 개혁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협소하게 핵마피아들의 이권 챙기기 때문이라고 여기면 나머지 기업주들과 손잡겠다는 생각도 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린워시

어떤 에너지건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풍요롭게 살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자 자본주의 과학·기술의 기계적 유물론, 환원론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현재 수준의 삶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면 환경 운동은 극소수 부유층과 일부 지식인들만의 운동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파괴는 인간 생활의 풍요 자체 때문이 아니다.(대부분은 풍요롭게 살지도 못한다.) 부를 생산하는 방식 ― 마르크스주의적 용어로는 생산관계 ― 에서 비롯하는 문제다. 개별 자본들의 이윤 축적 경쟁이 추동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은 단기적 이윤에 모든 것을 종속시킨다. 희생되는 것이 자연이든 인간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노동력)은 자본 축적의 원천이므로 스스로 발밑을 파는 셈이다.

그래서 기후 변화의 위협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아도,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와 공장식 축산이 결국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도, 자본가들은 경쟁 압력 때문에 멈추지 못한다. 오히려 이 명백한 사실을 숨기는 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 도입도 민간 기업의 ‘사업’으로 맡겨 두는 한, 그 우선순위는 이윤 축적에 종속될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난개발이나 지역 주민에 고통을 안겨 주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십상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점을 지적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충실한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파고들기 위함이다.

반면, 마르크스가 내다본 사회주의적 전망, 즉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계획경제가 구현되면 인류의 풍요는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예컨대, 산업통상자원부가 펴낸 《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만 봐도 알 수 있다. 풍력발전의 기술적 잠재량은 96.7기가와트(GW, 설비용량 기준)로 2015년 현재 한국의 발전설비 전체 용량과 맞먹는다.

이를 모두 적용하면 실제 발전량은 연간 2백 테라와트시(TWh) 로 전체 발전량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태양광은 각각 7천4백51기가와트(설비용량), 1만 1백23테라와트시(발전량)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생산수단에 대한 독점이 폐지되고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계획되는 사회에서는 이런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 반드시 파괴적이 될 이유가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에너지 활용도 훨씬 효율적이 될 것이다. 생산은 자연 순환을 거스르거나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주택 단열이나 대중교통 강화, 대규모 도시 집중의 분산화 등의 조처만으로도 현재 낭비되는 에너지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대중의 의식을 문제 삼는 방식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평범한 노동계급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결정할 권리가 없다. 평범한 노동자들은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공급할지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소비 때문에 생산이 늘어난다는 생각은 현실을 완전히 거꾸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은 효과적인 대안을 눈앞에 보여 줘도 쉽게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르크스는 이를 소외라고 설명했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물과 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노동자들은 사회를 스스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더 나아가 인류와 그 인류가 발딛고 있는 존재조건(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의식을 발전시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조건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이런 소외를 극복할 길이 열린다고 봤다. 집단적 투쟁 속에서 자신들의 힘을 자각한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새로운 사상과 전망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된다.

따라서 탈핵 운동이 진정으로 실현 전망을 가지려면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에 기대기보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설 잠재력을 가진 노동계급 속에서 운동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핵발전과 석탄발전을 모두 대체하려면?

태양광시스템 가격은 1메가와트당 13억 원 정도이고, 풍력발전 설치 비용은 육상 풍력의 경우 1메가와트당 20억 원, 해상 풍력의 경우 50억 원 정도다. 한국에서 각각의 연간 실제 발전량은 설비용량 1메가와트당 1.4기가와트시, 2기가와트시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2015년 발전량 52만 7천 기가와트시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하려면 각각 37만 6천 메가와트, 26만 4천 메가와트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 비용은 각각 4백88조 원, 5백28(해상의 경우 1천3백20)조 원이다. 이를 2030년까지 설치하려면 매년 38조 원, 41조 원이 든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제품을 적용할 경우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가령 현재 많이 쓰이는 2~3메가와트 풍력발전기 대신 지멘스 사가 개발한 6메가와트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를 적용하면 1메가와트당 13억 원이 든다. 그러면 전체 비용은 연간 26조 원이다. 2016년 한국 GDP의 1.58퍼센트 정도이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에 매년 GDP의 2퍼센트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니, 지출하기 불가능한 비용이 아니다. 게다가 기존 발전방식과 달리 한번 설치하면 유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게다가 풍력발전의 경우 설비용량 1메가와트당 21.4명의 고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광의 경우 설치 비용이 2010년(1와트 당 3.24달러)보다 65퍼센트나 낮아졌고 과거 예상치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 참고자료 : 《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산업자원부), ‘2030년 재생에너지 20퍼센트 달성을 위한 태양광 확대 방안’(한화솔라파워 대표 차문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의 경제성’(윈드파워 코리아 기술총괄 부사장 장대현). 뒤의 두 글은 환경운동연합이 2017년 6월 28일에 주최한 28일 ‘재생에너지 확대 현실화, 어떻게 할 수 있나’ 토론회의 발표문으로 환경운동연합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한수원노조, 탈핵을 지지하며 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한국수력원자력노조(이하 한수원노조)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임시 중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이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이틀 가까이 지연시켰다. 한수원노조는 앞으로도 건설 중단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노조의 이런 행동에는 핵발전소 폐쇄가 대량 해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핵발전소 폐쇄가 대량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노동자들이 다른 발전소 등에서 일할 수 있게 해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노동계급이 핵발전을 지지할 수는 없다. 고용주를 상대로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여느 노동자 투쟁과 달리(이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자본가다), 핵발전소는 노동계급 전체의 안전에 엄청난 위험이다. 동시에 핵무기 원료 공장이기도 하다. 핵발전소를 유지해 이익을 얻는 것은 지배자들일 뿐이다.

따라서 한수원노조는 전체 노동계급을 고려하고 탈핵을 지지하며 자신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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