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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질병

7월 5일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린 한 아이의 어머니가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아이는 지난해 9월 햄버거를 먹은 뒤 복통을 호소하고 혈변 증세를 보이다 입원했는데, 신장 기능에 장애가 오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단 받았다. 소송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는 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배달 받았음을 폭로하는 사진이 게시되고 있다.

이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햄버거 38종의 위생 상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유발하는 장출혈성 대장균(O157:H7)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됐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이유

1982년 미국 미시간과 오리건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한 햄버거를 먹고 아이들 수십 명이 고통을 호소했다. 이 때 질병을 일으킨 원인균이 장출혈성 대장균이었다. 1992~93년 워싱턴 시애틀에도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판매한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7백 명 이상이 고통을 호소하고 2백 명이 입원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 원인균도 장출혈성 대장균이었다. 병이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된 사람이 있었고 그중 4명이 사망했다. 이후 8년 동안 미국인 50만 명(그중 대부분이 어린이)이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중 수천 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수백 명이 사망했다. 1996년 일본에서는 1만2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그중 12명이 사망했다.

대장균은 생명력이 강하다. 산(酸), 염분, 염소에 강하다. 민물이나 바닷물에서도 살 수 있다. “주방에서 며칠이나 견디며 번식하는데 수분이 많은 곳이라면 몇 주간이라도 끄덕없다. 추위에도 강하다. 71도의 고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 대장균의 경우 다섯 개체의 병원균만으로도 충분히 감염된다. 익지 않은 작은 햄버거 조각에는 우리의 목숨을 뺏기에 충분한 병원균이 포함되어 있다.” (에릭 슐로서,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코리브르(이하 인용 출처도 동일))

대장균은 다양한 방법으로 퍼진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제대로 익히지 않은 다진 고기이다. 오염된 물을 마신 경우, 오염된 호수나 수중 놀이공원에서 수영을 한 경우, 오염된 콩나물이나 채소를 섭취한 경우, 오염된 우유 등을 마신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다. 대부분 소의 분뇨와 접촉한 여러 음식들을 통해 퍼지는 것이다.

소는 도축되기 전에 체중을 늘리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비육장에 들어간다. 이 비육장에서 소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분뇨 더미 속에서 산다. “소의 여물통에서 세포 분열을 시작한 대장균이 분뇨 속에서 90여 일간 배양될 수 있는 비육장이야말로 ‘가축 분뇨 악순환’ 이라는 문제를 확산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도축장에서 가죽이나 소화 기관을 제거할 때도 고기가 쉽게 오염될 수 있다. 작업 라인의 속도가 빨라지면 일 또한 힘들어진다. “경험 없는 노동자는 위나 장 속 내용물을 자주 흘리게 된다. 네브래스카 렉싱턴에 있는 IBP 도축장에서 시간당 내장 제거시 내용물을 쏟게 되는 비율은 20퍼센트나 되는데, 이것은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에서 위의 내용물이 테이블이나 바닥에 흐르게 된다는 말이다.”

덩어리 고기는 표면에 대장균이 묻어도 가열하는 과정에서 쉽게 병원균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다진 고기는 표면만이 아니라 내부까지 충분히 익혀야 병원균을 죽일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 패티가 덜 익을 경우, 결국 소의 내장에 있던 장출혈성 대장균이 인간의 입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이윤 추구 = 위험한 먹거리

비위생적 비육장에서 소의 체중을 불리는 것, 도축장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작업을 하려는 과정에서 고기가 오염되는 것, 오염된 고기가 충분히 익혀지지 않은 채로 판매되는 것, 최종 발병한 질병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최대한 회피하려 하는 것(맥도날드 한국지사가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발표를 막으려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개별 사건이지만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공통된 목적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뉴스에서는 이런 일이 마치 이례적인 일처럼 보도되지만 자본주의의 정상적 작동 과정이 그 배경에 있다.

한 명의 발병자가 생겼다는 것은 비슷하게 오염된 고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감염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매장에선 충분히 가열시키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죽었을 수도 있다. 대량 생산 방식의 특성상 가능성이 낮지만 애초 오염된 고기의 양 자체가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질병의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지난해 9월에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발병한 아이의 보호자가 개인적으로 소송을 시작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소비자원의 조사는 38개 제품에 대해서 긴급하게 한차례 검사를 한 것뿐이다. 이런 충분치 않은 조사에도 맥도날드 햄버거에서는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의 3배가 넘게 나왔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 식품 안전 확보를 진지하게 추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식품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식품의 오염 가능성에 대해 직접 관리하고 감독하는 규제가 강화돼야 하는데, 이는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자본주의 하에선 이윤 추구 논리가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유럽에 이어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발암물질인 ‘비펜트린’이 검출된 ‘살충제 계란’ 사건도 같은 논리가 다른 형태로 드러난 사례다. 진정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기업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인간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이 필요하다. 즉, 생산의 목적을 바꿔야 하며 자본주의 자체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