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범국민평화행동:
“문재인 정부, 사드에서 만큼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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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사드배치 반대 범국민평화행동 집회가 성주 소성리에서 열렸다. 성주와 김천의 주민들뿐 아니라 대구·경북, 부산·울산 지역의 활동가들과 사드저지전국행동 소속의 단체 회원 8백여 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해 정의당의 당원들도 많이 참가했다. 성주투쟁위 집행부가 사드 배치 반대 단체들의 회의에서 이탈해 우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성리에 집결해 굳건히 사드 배치 철회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의 사드 추가배치 결정 이후 특히 소성리에서는 더한층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방부는 배치의 명분을 쌓기 위해 주민토론회를 주민 동의 없이 ‘막가파식’으로 개최할 태세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적으로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소성리 할머니들은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부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들은 연신 “사드 치아뿌라[치워라]”고 외쳤다. 문재인이 7월 29일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청와대로 달려가 울부짖었던 바로 그 분들이다. 사드 전자파가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천 지역의 어린이들과 여성들은 율동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문재인을 성토했다. 소성리가 속한 ‘초전면 투쟁위원회’의 이종회 위원장의 발언에는 문재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또렷하게 배어 있었다.
“목놓아 이 정부에게 요청도 했고 절규도 했고 규탄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도 없이 다녀갔지만 열심히 적기만 했다. 언론을 통해 오히려 우리들을 비판하면서 여론몰이를 했다. …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성주를 그냥 놔 둬라. 사드를 빨리 철거해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 … 문재인 정부, 사드에서 만큼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출범 1년째를 맞이한 김천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의 김종경 공동위원장은 “전쟁무기 강요하는 미국을 반대한다”, “더 크게 단결해서 사드를 막아내자”고 외쳤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김선명 교무는 '사무여한(死無餘恨)(죽을지라도 남은 한이 없음) 평화결사대를 결의했다고 보고했다. 이 결사대는 사드 추가 배치 소식이 들리면 2시간 이내 현장에 도착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하루 만에 1백 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문재인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80퍼센트 넘는 국민들이 문재인 지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미국에 굴복하지 말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국민들을 믿고 소신 있게 사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해야 하지 않는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한 입으로 두 말하면 박근혜처럼 될 수 있다”, “문재인의 공미주의가 문제다”고 발언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사드배치 철회는 촛불의 명령이었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를 맞으며 성주 골프장 입구 진밭교 앞까지 행진했다. 사드기지 최전방인 성주 소성리·김천 노록리의 이장들, 진밭교에서 1백62일째 농성 기도를 하고 있는 원불교 비대위의 김광철 교무는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사드 배치는 이제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사드 배치 저지 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선택에 분명하게 과녁을 맞춰야 한다. 4차 범국민평화행동은 그 과제를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