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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중대재해:
계속되는 이윤 몰이에 희생되는 조선업 노동자들

8월 20일 STX조선에서 하청 노동자 4명이 숨지는 끔찍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들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에 있는 12미터 깊이의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를 당했다.

금속노조는 8월 22일 사고 현장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내용을 보면 기업주들이 이윤을 위해 얼마나 노동자들의 생명을 경시하는지 잘 보여 준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현장 내부가 폐허로 변했다 ⓒ출처 해경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스프레이로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기 중에 인체에 유해한 인화성 물질이 많았다. 그러나 사고 현장의 환기 시설은 엉망이었다. 그래서 유족들은 이번 일이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금속노조는 사고 탱크의 크기가 작아 균일한 페인트 칠에 방해가 되는 급기 장치를 설치·가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빠른 작업을 위해 일부러 공기 정화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폭발 위험 요소들도 산재했다. 탱크 안에 있는 전선은 곳곳에 피복이 벗겨져 있었다. 일반 전등 대신 폭발 위험을 제거한 방폭등이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또 사고 노동자들에게 정전기 방지 처리가 된 옷과 신발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지급돼야 할 송기마스크가 지급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노동자들은 송기마스크보다 훨씬 효과가 덜한 방독마스크를 쓰고 작업했다. 노동자들의 주요 사인은 화상이 아니라 질식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안전 시설과 장비도 없이 일했는데도, 사측은 작업 전에 안전 점검을 했다고 핑계를 댔다. 그러나 안전 점검이 매우 형식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밀폐 공간 작업 시 꼭 있어야 할 감시자도 사고 당시에 없었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사측은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수천 명을 해고하면서 안전관리인원도 절반 넘게 줄였다. 더욱이 사고 당일은 휴일이라 작업장에 있는 안전관리인원이 3명밖에 안 됐다. 2백50여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안전관리인원도 줄이는 판에 안전 시설·장비 투자는 더욱 뒷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STX조선 채권단은 지금 정규직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선비즈〉 같은 우파 언론은 이번 기회에 안전업무를 외주화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윤에 눈이 먼 이들은 노동자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하청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배는 10월까지 선주사에게 넘길 예정이다. 사측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작업 기간을 단축하려고 혈안이고, 하청 노동자들은 일요일에도 일해야 했다. 더욱이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물량팀(2차 하청) 노동자들이다.

이런 일은 조선소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에서 사상자 31명을 낸 대형 사고도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휴일에 하청 노동자들을 일하게 했고, 동시에 하면 안 되는 크레인 작업들을 무리하게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따라서 금속노조가 기업주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 한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원청 책임성 강화, STX 대표이사 구속, 각종 안전 조처 강화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리고 금속노조는 “STX조선 중대재해 재발방지 노·사·정 회의 구성”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8월 17일 발표한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에서 “국민 참여 사고 조사위원회”를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려는 문재인 정부가 조선소 기업주들의 이윤 극대화 노력을 근본적으로 반대할 리가 없다. 삼성중공업 사고 때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삼성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실제 그 후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고 현장에 있던 노동자만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만이 기업주들의 야만적인 이윤 몰이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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