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학교 비정규직 교사·강사를 정규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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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그 투쟁에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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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9월 초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학교 비정규직 교사·강사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를 콕 찍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한 바 있다. 처음부터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진지하게 추진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놓고는 청년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비교사들과 기간제교사들을 대립시켰다. 정부 책임을 이해당사자 간 갈등 탓으로 몰고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교사 선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예비교사들의 교직 진출 기회도 줄여 버린 것이다. 초등 교사 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2천2백28명, 안 그래도 학급 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중등 교사 임용 규모는 4백92명 줄었다.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22년까지 교사 1인 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봤을 때,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를 그저 기다린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 적폐 해결 노력에 진지하지도, 진정으로 교육 현장을 개선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실망스러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규모 발표 시점이 코 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 중집(8월 23일)은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이 입장문에 따르면,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 등 비정규직 강사 제도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작 해당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는 “정부와 당사자가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했다. 강사들의 고용 안정 요구(무기계약직)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간제교사에 대해서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고 했다. 다만, 일부 기간제교사(정원 외 교사)에 대해서만 고용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에 해당되는 기간제교사는 20퍼센트에 불과하다.
결국 학교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는 전교조 중집의 결정은 같은 입장문에서 밝힌 “학교 안의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완전히 공문구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에 굴종하는 삶을 거부하고, 경쟁과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과 협력의 참교육을 지향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탄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싸워 온 전교조의 입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참교육과 거리가 멀고 노동운동의 대의를 저버린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기간제교사들의 선별적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것은 기간제교사들 내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 기간제 교사를 채용 사유에 따라 선별해 달리 처우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가 “우리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자체 배제 논리를 경계해 왔다. 우리가 현실론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부를 배제한다면, 기간제교사들은 투쟁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분열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며 전교조 중집 결정을 비판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8월 25일 성명).
젼교조 중집은 비정규 교사·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탈퇴를 우려해 이런 결정을 한 듯도 한데, 노조 조직 보존을 앞세우며 노동계급의 단결을 저버린 결정이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게다가 전교조 조합원 중에는 소수지만 기간제교사들도 있는데, 이들 조합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의원대회
전교조 중집 결정이 알려지자 해당 주체들이 정당한 반발을 했을 뿐 아니라, 노동운동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전교조 중집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대표자들은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커다란 실망감을 표현했다.
전교조 내에서도 중집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9월 2일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연대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중집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더 많은 전교조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 전교조 대대에서 중집 결정이 철회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도 전교조 대대에 참가해 중집 입장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지금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교사·강사를 내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대표적 교육 적폐임에도 이를 청산하기를 꺼리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규탄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분명하게 지지하고, 그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