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소득주도성장”을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예산안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예산을 올해보다 7.1퍼센트(28조 5천억 원) 늘어난 4백29조 원으로 확정했다. 내년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치(4.5퍼센트)보다 2.6퍼센트포인트 높다.

2018년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16조 7천억 원(12.9퍼센트) 늘어난 1백46조 2천억 원으로, 올해 복지 예산 증가분 6조 1천억 원(4.9퍼센트)보다 10조 원가량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파 언론들은 정부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슈퍼 예산”이고, 빚을 내서 복지를 퍼 주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친문계 데스크가 자리 잡고 있는 〈한겨레〉는 1면에서는 정부가 복지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것처럼 제목을 뽑고, 안쪽 면 제목에서는 재정지출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며 극도로 에두르는 ‘비판’을 하고 있다.

2018년 재정 지출 증가분은 세금 증가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8년 예산안이 사실상 긴축 예산이었던 2017년 예산(증가율 3.7퍼센트)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소득을 충분히 올려 주는 ‘퍼주기’ 예산은 전혀 아니다. 내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편성한 올해 추가경정예산(4백10조 1천억 원)에 견주면, 4.6퍼센트 증가했을 뿐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 예산 총수입은 올해보다 32조 8천억 원 늘어난 4백47조 1천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지출은 28조 원만 늘렸다. 세금 증가분도 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복지 예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아동수당으로 월 10만 원씩 주고, 기초연금·장애인연금도 월 5만 원을 늘려 25만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노동계급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건강보험 지원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비춰 보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건강보험 지원금은 7조 3천50억 원으로, 올해보다 고작 4천3백억 원 정도(6퍼센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복지부가 보장성에 확대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3조 7천억 원보다 3조 3천억 원이나 부족한 것이다.

늘어난 일자리 예산 중 최저임금 인상 지원분 3조 원도 영세기업에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려 주는 게 아니다.

경찰·군인 등 중앙 공무원 1만 5천 명을 늘리는 데 4천억 원 배정했지만,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예산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방 예산은 6.9퍼센트(약 2조 8천억 원) 늘려,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무기 강화 예산을 무려 10.5퍼센트나 늘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증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국가부채 억제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복지 확대에 소극적인 것은 기업·부자 증세는 최대한 피하고, 국가부채를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어나는 세금만큼만 지출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 증세라며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5조 5천억 원 정도로, 최소한에 그쳤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렸지만(5억 원 초과 40퍼센트 → 3억 원 초과 40퍼센트, 5억 원 초과 42퍼센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증세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2천만 원 이하 주택임대소득 과세 시행,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 과세 강화도 포함되지 않았다. 법인세율도 최상위 기업들만 올려, 대상 기업이 1백29곳에, 추가 세수도 2016년 기준 2조 6천억 원에 그친다.

이처럼 부자 증세에는 소극적이면서, 국가부채 억제에는 적극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17~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5.8퍼센트에 그친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연평균 3.5퍼센트)보다는 올랐지만, 대선 때 문재인이 공약한 지출 증가율 7퍼세트마저 어긴 것이다. 국가부채도 올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39.7퍼센트에서 내년 39.6퍼센트로 오히려 줄어들고, 2021년에도 고작 40.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17~21년 복지 예산 증가율도 연평균 9.8퍼센트 수준에 그칠 예정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은 소득주도성장 운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균형재정”을 목표로 일자리와 복지를 찔끔 인상해서는 결코 노동자·서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