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전국민주동지회 의장 인터뷰:
“노동자의 고통·죽음 막고 통신 공공성 위해 노조 민주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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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KT그룹 적폐청산, 민주노조 건설, 비정규직 정규직화, 통신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시민 공동대책위원회”(약칭 KT민주화연대)가 출범한다. 1998년 한국통신 민영화가 시작되고서 이래 3만 8천여 명이 감축됐고, 2002년 민영화가 완료되고 2006년에 CP(저성과자)퇴출프로그램이 도입된 이래로 노동자가 4백 명 이상 사망할 정도로 고통이 극심했다. 이 과정에서 KT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결탁해 노동자 공격에 동조했다. 그러나 KT노조 내 민주파 활동가들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려 애쓰며 노조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왔다. 이 활동에 헌신해 온 박철우 KT전국민주동지회 의장을 인터뷰했다.
KT민주화연대 결성 취지에 대해 얘기해 달라.
KT 본사와 계열사들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10만 명에 달한다. 아직도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고 KT 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 강도와 실적 압박, 저임금 등 인권 유린을 당하며 살고 있다.
CP퇴출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2017년 현재까지 명예퇴직자를 포함해 사망자가 4백19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자살이 41명, 심장마비·뇌출혈 등 스트레스나 과로로 돌연사 하신 분이 1백20명이다. 2012~13년 이석채 회장 시절에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특히 많아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또 하나는 통신 공공성 문제다. 회사는 민영화를 통한 효율적 경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통신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현재 가계의 통신 비용이 전기 요금의 4~5배일 정도로 부담이 크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기본료 폐지를 공약했는데, 결국 ‘공(空)약’이었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총 7조 원의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되는데, 통신 3사 영업 이익이 7조 원이 안 된다. 결국 기업들이 영업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겠는가? 그래서 통신 요금을 적절하게 인하하려면 KT를 국유화해야 한다. 매년 해외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5천 억~1조 원, 광고 판촉비가 8조 원, 중복 투자비가 2조 원에 이른다. 국유화해서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KT 국유화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얘기돼 왔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운동을 벌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주체는 힘 있는 노동조합이다. 철도의 경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과제들을 위해 KT 노조가 민주화되는 것이 급선무다.
년도 | 1997 | 1998 | 1999 | 2000 | 2001 | 2003 | 2006 | 2007 | 2008 | 2009 | 2014 | 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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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자수(명) | 1,959 | 3,203 | 9,335 | 1,429 | 1,389 | 5,505 | 500 | 550 | 1,245 | 5,992 | 8,304 | 39,411 |
KT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
임금이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노조 조사에서도 95퍼센트 정도가 임금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지난 십 몇 년 동안 임금이 거의 동결 수준이다.
2009년에 성과연봉제까지 도입돼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전에는 인사 고과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노동자와 하위 등급을 받은 노동자 사이에 임금 총액 차이가 6~7퍼센트 정도였다. 그런데 저와 같은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민동회) 회원들 대부분은 최저 등급인 F를 받는데, 2년 연속 낮은 등급을 받으면 최고 등급을 받은 노동자들에 견줘 임금이 1천만 원 남짓 적다.
그러니 평가에서 F등급이나 D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노동자 일부에 해당되지만, 임금피크제 문제도 심각하다.
보통 다른 기업들에서는 대개 59세부터 임금을 깎는데, KT는 56세부터 순차적으로 10퍼센트, 20퍼센트, 30퍼센트, 40퍼센트를 깎는다. 나도 임금피크제 대상자인데, 월급을 받아 보면 임금이 팍팍 깎여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 진짜 기가 막힌다.
자녀 학자금을 없앤 것도 불만이 크다. 학자금 지원은 사측이 내놓는 사내복지기금의 이자로 지급해 온 것이다. 사측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닌데, 2014년 대규모 명예퇴직을 압박하면서 없앤 것이다.
그동안 친사측 노조 집행부는 이런 문제들에서 사측 편에 서서 다 동의해 줬다(2009년 성과연봉제, 2013년 저성과자 해고제도, 2014년 대규모 해고(‘명예퇴직’), 임금피크제 등). 노조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다.
계열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떤가?
계열사 노동자들의 처지도 매우 열악하다. 본사 노동자들의 처지보다 계열사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보다 더 열악하다.
예컨대 2014년 [KT 회장] 황창규가 노동자 8천3백4명을 내쫓으면서 개통·AS 업무를 없애고 KT서비스(KTS)라는 계열사를 만들었다. 이 때 쫓겨난 노동자들에게는 3년간 고용 승계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자회사 정규직 채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KT의 다른 협력업체보다 나쁘다는 게 노동자들의 평가였다. 기본급은 1백40만 원대로 최저임금과 다름 없고 나머지는 실적급으로 지급되며, 기본급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비스 업무다 보니 토요일은 노동자 전원이 일을 하고 심지어 일요일도 절반은 근무를 시킨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 이 노동자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사측은 이런 열악한 일자리를 신규 노동자로 채우고는 4천 개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고 생색을 낸다.
이런 상황에 대한 변화 열망도 클 텐데,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 사회가 국정농단 사태로 떠들썩할 때 KT 조합원들은 사무실에서 최순실 얘기도 안 꺼낼 정도로 얼어 있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임금피크제 노동자들이 그렇다. 노조 집행부의 행태에 분노해 조합비 아깝다고 탈퇴했던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바꿔 보자며 다시 가입하기도 한다.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다. 수도권에서는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지방 상황은 알기 어려운 데다, 사측이 민동회 동지들을 CFT[‘업무지원단’. 2014년 명예퇴직 거부자와 노조 민주화 활동가를 중심으로 3백여 명을 골라내 만든 별도 부서. 도심 주변 외곽 지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모뎀 수거 등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로 몰아 넣은 상황이다.
사측의 심한 통제와 어용노조 집행부의 행태 때문에, KT에서 노조 민주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동지들도 있다. 수년 전에 민동회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동회는 노조 민주화를 추진해 가는 것이 맞다는 노선을 견지하기로 했고 어렵지만 활동을 지속해 왔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철도, 발전, 건강보험공단, 지하철노조도 KT민주화연대에 함께 하기로 했다. 지지와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공공운수노조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노동·사회 단체들의 연대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KT민주화연대 활동을 통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동회가 그동안 해 온 1인 시위를 KT민주화연대와 함께 전국 전화국 2백 곳 앞에서 일제히 하면, 위력도 있고 조합원들도 힘을 얻을 것이다. 지역본부 12곳 앞에서 집회도 추진해 보려 한다. KTS 노동자들이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고 조직화를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이 연대체의 활동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는 노조 민주화를 위한 11월 노조 선거 대응 활동이 당면 과제다. 노조 선거에 승리하면, 통신 공공성을 위한 활동도 더 힘있게 전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도 통신 재국유화 경험은 없는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싸움이긴 하다. 재국유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투쟁은 가치 있는 투쟁이 될 것이고 국민들의 호응도 클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