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울산대병원 파업:
“임금을 인상하라! 인력을 충원하라!”

9월 14일 울산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인력 충원, 간호 업무 개선, 병원 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환자 편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다.

ⓒ김지태

울산대병원은 지난 수년간 흑자 행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1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은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 동결됐고, 그 뒤로도 1퍼센트대 인상률에 머물렀다. 실질임금이 계속 삭감된 것이다. 게다가 올해 노동자들의 연금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연금보험료 부담액이 갑절로 뛰었다. 세금 부담도 늘어 실제로는 월급이 30~40만 원가량 줄었다고 한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파업에 참가한 한 간호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같은 경우는 환자 19명을 돌보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그중 한 명이 진통제를 달라고 해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돼요. 환자들이 언제 아프다고 할지 모르고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죠. 그런데 이 외에도 매일 꼭 해야 할 정규적인 일도 해야 해요.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쉬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어떤 환자는 한 번도 못 볼 때도 있어요. 그렇게 퇴근하면 죄 짓는 기분도 들어요.”

“3교대로 근무하는데, 한두 시간 먼저 출근해 한두 시간 늦게 퇴근하는 건 기본이에요. 신입 때는 더 심해서 하루 16시간은 기본이고 24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사측은 연장근무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신입 때는 수당 신청을 할 엄두도 못 내고, 고참 간호사들도 눈치 보며 실제 연장 근무한 시간보다 적게 신청하기 일쑤다. 노조는 지난해 사측이 이렇게 떼먹은 돈만 4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니 “직원들도 환자다” 하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생애 첫 파업

분노한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섰다. 매우 인상적이게도 젊은 여성 간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노조 창립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간호사들은 대체로 파업에 불참했고, 집회 인원도 100여 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로 간호사들이 참가해 대열은 수백 명으로 늘었고, 투쟁은 활력을 얻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생애 첫 파업이다.

한 신입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무섭기도 하지만, 이게 옳다고 봐요. 주변 동료들은 다들 적극적이고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어요.”

하루 전에 열린 파업 전야제부터 분위기는 뜨거웠다. 퇴근하고 집회에 참가하러 오는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서 병원 신관 로비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노동자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임금을 인상하라! 인력을 충원하라!”

ⓒ김지태
ⓒ김지태

연대 단체들도 많이 참가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지부의 여러 분회들, 보건의료노조 동강병원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김종훈 의원, 새민중정당, 노동당 울산시당, 노동자연대 울산지회 등이 참가했다. 울산대병원 비정규직 노조인 민들레분회 조합원 수십 명도 참가했다.

9월 14일 파업 출정식에는 430여 명이 모였다. 간호사들은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빼고 거의 다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김애란 사무처장은 “병원의 하루는 36시간입니까?” 하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 병원 측을 규탄했다. “이윤을 자기들만 실컷 처먹고 노동자들한테는 안 줬습니다” 하고 말하자 노동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울산대병원분회 김태우 분회장은 노동자들의 연호 속에 등장했다. “인력 충원은커녕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이 현실에 맞서겠습니다. 임금 인상하고 인력 충원하고 일터로 돌아갑시다.”

그가 “이 정도 모였는데 우리가 지겠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라며 자신감을 표현하자 노동자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출정식을 마친 노동자들은 병동을 나눠 층별로 순회를 했다. 환자들을 고려해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질서 정연하게 병동을 돌면서 남아 있는 소수 파업 불참자들을 압박했다. 고요하지만 노동자들의 단결력이 느껴진 피케팅(대체인력 저지 활동)이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파업 대오를 단단히 만드는 동시에 파업 확대도 필요할 것이다.

울산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인력 충원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은 의료의 질도 높인다.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이다. 이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