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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기관사 참사 사고:
기관사 목숨을 담보로 무책임한 시운전 강행한 책임자를 처벌하라

9월 13일 새벽, 경의중앙선에서 기관차 두 대가 새로 설치한 신호 설비의 시험 운전 중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청량리기관차승무사업소 기관사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철도에서는 지난 5월 광운대역 수송 노동자, 6월 노량진역 선로 유지보수 노동자에 이어 무려 세 번째 일어난 사망 사고다.

이번 시험 운전은 기관차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 선로와 기관차 사이에서 자동정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마치 자동차가 일정 속도 이상 과속할 때 브레이크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는 기관차의 앞에 실제 다른 기관차를 놓고 이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자동정치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두 기관차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시험을 한 것이다! 심지어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뒤쪽 기관차가 “최고 속력으로 앞선 열차에 접근”하게 했다! (9월 14일 철도노조 성명서, 운전지부장 성명서)

15일 오전, 이번 사고로 사망한 박성원 조합원의 영결식에서 최종철 청량리기관차승무지부장은 “철도공사가 효율화를 앞세워 안전을 내팽개친 결과다. 기관사의 목숨을 걸고 시운전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사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도 이번 사고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로 개통 시기에 쫓겨”, “점검 시간을 절약하겠다며” 무리하게 시험 운전을 추진하다가 난 사고라고 밝히며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규탄했다.

철도 기관사들은 이번 사고가 기관사를 “마루타”나 “실험용 쥐”로 여긴 것이라 분노하고 있다. 어떤 기관사는 이번 사고를 보며 자신도 시스템 오류로 인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기관사들은 이번 사고를 보며 ‘나도 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들 했을 것이다. ‘과연 저런 신호를 믿고 운전해도 되나? 내가 지금 내 앞에 다른 열차가 있는 줄도 모르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다. 전체 선로와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그동안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철도 안전’ 운운하면서 그 대책으로 ‘종사자 책임’을 강조해 왔다. 안전을 위한 시스템에 투자를 하기는커녕 사고만 나면 그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데 급급했다. 운전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 하고, 철도안전법을 개악해 기관사에 대한 벌금 규정을 강화해 왔다.

사고가 나면 기관사 책임이라고 징계와 강제 전출을 당하고, 설비나 시스템에 오류가 있으면 죽거나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기관사들은 이번 사고에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래서 철도노조의 주장처럼 “목숨 건 시운전을 강요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책임자를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

또한 건설사(철도시설공단)와 운영사(철도공사)가 분리된 현재 조건에서는 선로 건설과 시설 검증이 긴밀하게 협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그간 철도노조가 주장해 온 것처럼, 철도 노동자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

철도노조 운전지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향후 시운전에 관해서는 노조와 합의하라고 요구하며 21일부터 감속 운행 방식의 ‘태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동자들과 승객 모두에게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책임자 처벌과 설비에 대한 안전 점검 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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