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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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함께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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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월 18일 노동자연대 부산지회가 발표한 성명이다.
이번 주 토요일(9월 23일) 부산에서 최초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서울과 대구에 이어 올해부터 부산과 제주(10월 28일) 등 더 많은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일은 기쁜 일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일상의 억압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한국의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자리다. 또한 이날은 성소수자들이 ‘비정상적인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이 사회이다’라며 당당하게 자긍심을 드러내는 자리다.
황당하게도 해운대 구청은 당일 ‘아트마켓’이 열린다는 점과 민원을 이유로 들어 두 번이나 해운대 구남로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그러나 8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아트마켓이 열리는 와중에도 홍준표의 토크콘서트가 열린 바 있다. 또, 우익 기독교 측은 당일 해운대 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동성애 반대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해운대 구청은 당일 퀴어문화축제가 안정적으로 열리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성소수자 차별·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같은 우익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우파를 결집하는 카드로 동성애 혐오를 활용하고 있다. 홍준표는 지난 대선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공공연히 내뱉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군형법 92조의6 위헌 입장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공격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채익(울산 남구)은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동성애뿐 아니라 근친상간 문제나 소아성애, 시체 상간, 수간, 즉 동물 성관계까지 비화가 될 것이다. 인간의 파괴,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경악할 만한 혐오 발언까지 일삼았다. 울산에서는 보수 교회들이 뭉쳐 동성애 반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우익들이 ‘동성애 반대’ 카드를 활용하는 건 문재인과 민주당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이 쟁점에 대해 불철저하고, 우익들에게 굴복했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의 공약이었지만 2017년 대선 공약에서는 사라졌고, 문재인이 당선 후 발표한 국정 과제에서도 빠졌다. 성소수자 운동의 진전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적폐 청산을 말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성소수자의 권리 확대는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차별과 억압을 유지·확산시키는 권력에 도전하려면 차별받는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 바로 아래로부터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은 성소수자의 친구(즉 연대 상대)가 아니다. 미국 대사관 등 제국주의 국가 기관들과 구글 같은 다국적기업이 성소수자들의 친구인 양 행세하는 것은 자신들의 악행 — 사드 배치, 탈세 등 — 을 이미지 세탁해서 가리려는 것(“핑크 워싱”)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다국적기업인 구글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우려스럽다. 이런 “핑크 워싱”에 동조하는 것은 각종 차별 철폐 등 사회 변화를 위해 분투하는 다른 저항 세력들과의 연대를 어렵게 만들어 성소수자 운동에 궁극적으로 득이 아니라 독이 된다.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위해서는 진보·좌파 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부산퀴어문화축제가 하루의 해방감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삶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 사회의 무지개 색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늘기를 바란다면 부산퀴어문화축제에 함께 참가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해운대 바다 위에 무지개 깃발을 펼치자. 진정한 변화를 위해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싸워 나가자.
2017년 9월 18일
노동자연대 부산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