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계기로 동성애·무슬림 혐오 조장하는 개신교 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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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헌법개정국민대토론회’가 8월 말부터 한 달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이제 오늘(9월 27일) 수원과 28일 인천 토론회가 남았다.
그런데 토론회마다 우익 개신교 조직들이 몰려와 토론회장 안팎에서 혐오 선동을 하고 있다. 개신교 우익들은 헌법에서 기본권을 강화하려는 것을 문제 삼아, 이번 개헌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개헌”이자 “과격 이슬람 유입 개헌”이라고 강변한다.
‘성평등’ 조항이 신설되면 다양한 성을 인정하게 돼 결국 동성애와 동성혼이 합법화된다는 것이다. 또, 제11조 1항 평등권의 차별금지 사유에 “인종”을 추가하고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면 "이슬람을 보호"하게 되고, 기본권에 “망명권”을 신설하면 “100만 명 이상의 이슬람 난민들을 한국으로 유인해 ... 범죄, 폭동, 여성 강간 급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 우익의 주장은 완전한 억지다. ‘성평등’ 조항 신설은 애초 여성계가 헌법에 여성 권익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요구한 것으로 사실 성소수자와는 관련이 없다. 특히, ‘양성평등’ 조항으로서 현재 논의되고 있어 성소수자는 명백히 배제돼 있다.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바꾸고 ‘망명권’을 신설한다고 해서 “100만 명 이상의 과격 이슬람이 유입”된다는 것도 과장이다. 무엇보다 무슬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그들을 속죄양 삼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짓일 뿐이다. 많은 연구들을 보면 이민자 유입과 “범죄, 폭동, 여성 강간”은 별 관계가 없다. 게다가 정작 개헌특위는 헌법에 망명권을 넣더라도 하위법에 의한 제한 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 규정에 따라 규정 가능”하다고 해, 현실에서 난민 등 무슬림 이민자의 유입을 크게 제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개신교 우익들이 매우 제한적인 개헌 문구 몇 가지를 물고 늘어져 침소봉대하고 동성애·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자신들의 진정한 문제들을 가리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 주류는 여러 해에 걸친 부패와 추문 때문에 신뢰를 잃어 왔다. 최근에도 몇몇 목사들의 성추행, 성폭력 추문이 잇달아 폭로됐다. 그러나 최근 시작된 각 교파의 총회와 총회 준비 과정은 내부의 성추행·성폭력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에 반대하는 온갖 준비 문서나 결정문(산하 신학대에 동성애자 입학 불허, 동성애 옹호 교직원 징계,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등)으로 넘쳐났다.
개신교 우익의 혐오 선동은 사회를 더 오른쪽으로 이끌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들은 박근혜 퇴진 반대 운동의 주요한 일부였고,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와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들이 개헌 토론회에 참가해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공격하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개헌 토론회장 밖의 우익 집회에 참가해 이들을 고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을 이룬다.
이런 혐오 선동이 다행히 사회 전반에서 먹히고 있지는 않다. 대학이나 지역에서 성소수자 조직들이 성장하고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태도는 지난 몇 년간 훨씬 포용적으로 변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차별에 대한 반대가 매우 높다.
그럼에도 개신교 우익의 혐오 선동은 다른 우익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소수자들을 더 고립시키기 때문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9월 27일 수원의 개헌토론회장 앞에서는 우익들의 집회에 맞서 수원과 경기 지역의 진보 정당, 시민사회·노동단체 소속 회원 5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주최는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정치개혁수원시민행동(준), 다산인권센터). 이들은 “국민들의 촛불로 시작된 30년 만의 헌법 개정이 또다시 혐오와 색깔논쟁으로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