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당대회에서 좌파 지도부가 선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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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코빈이 당 대표로 선출된 이래 최초로 좌파가 노동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9월 23~26일 브라이턴에서 열린 노동당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친 코빈 성향 인사의 연설에 환호했고 급진적 정책을 열렬히 지지했다.
당대회와 시기를 맞춰 열린 정치 페스티벌 ‘세계 전환’에 수천 명이 모인 것도 분위기를 띄웠다.(참가자의 다수가 청년이었다.) 노동당 내 좌파 그룹 ‘모멘텀’이 이 페스티벌을 조직했다.
코빈과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존 맥도널은 당대회에서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맥도널이 민간투자개발사업(PFI)은 복지에 쓰일 돈을 사기업에게 퍼 주는 구실을 한다며 비판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맥도널은 이렇게 말했다. “향후 수십 년에 걸쳐 공공부문 재정에서 거의 2조 파운드[약 3060조 원] 가까운 돈이 PFI 계약금으로 지불될 예정입니다.
“국가의료체계(NHS)만 봐도, PFI에 참여한 기업들은 8억 3100만 파운드[약 1조 2700억 원]의 세전수익을 거뒀습니다.”
맥도널은 대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동당은] 이미 2002년 당대회에서 PFI에 대한 유감 입장을 채택했습니다. 우리는 더한층 나아갈 것입니다. 기존 PFI 계약을 철회하고 복지를 다시 국유화할 것입니다.”
맥도널은 이렇게 덧붙였다. “다수를 위한 경제를 만든다는 것은, 기간산업과 핵심적 복지를 그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복지를 누리는 사람들이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철도, 수도, 에너지, 우편 등을 다시 국유화할 것입니다.”
환호
대의원들은 맥도널 연설 전에 연단에 오른 공공서비스노조(UNISON) 위원장 데이브 프렌티스의 연설에 환호했다.
프렌티스는 [경영진의 임금을 제한하는] 임금 상한 규제로는 “충분치 않”고, 공공부문 노동자 전체에 대해 물가인상률 이상의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프렌티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 이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파업이 벌어지면 여러분 모두 캠페인에 동참해 주시고 피켓라인에 함께 서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PFI에 대한 노동당 계획의 세부 사항은 연설들만큼 명확하지는 않다. PFI에 관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노동당은 PFI 계약 사항을 검토한 후 “필요하면” 계약을 철회할 것이라 밝혔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입장에 대해 예비내각 보건부 장관 존 애시워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다음 날 아침에 BBC 방송에 나와 [PFI 철회까지]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애시워스는 이렇게 말했다. “[맥도널이] 아주 분명하게 밝히기를, 우리는 이 [PFI] 계약들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긴축 경영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일지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애시워스는 NHS에 문제를 낳는 PFI 계약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검토를 “하룻밤 사이에” 할 수는 없을 거라 말했다.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NHS, 교육 등 복지에서 민영 기업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임금에 관해, 코빈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임금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코빈은 노조의 요구인 5퍼센트 인상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당 [좌파] 지도부가 좌파적 정책을 내세우면 노동계급 운동 전반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저항 운동을 키우는 데에 힘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코빈이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변화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대회에서 실종된 브렉시트
당대회에서 브렉시트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노동당 당원들은 이 문제를 당대회에서 토론하지 말자고 표결했다.(코빈 지지자들도 그랬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의] 자유로운 이주의 권리를 옹호하는 중요한 결의안이 빠진다는 뜻이다.
한편, 대기업 친화적인 유럽단일시장 지지 견해로 노동당을 묶어 두려는 노동당 우파의 시도 역시 가로막혔다.
노동당 내 우파 의원들 다수가 유럽단일시장을 지지한다. [유럽단일시장 안에 속하면] 영국 정부가 자유 경쟁과 민영화를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는데, 유럽연합 소속국 출신 사람들이 영국에 살기 어렵게끔 이민 규제 강화를 바라서였다.
둘 모두 썩어빠진 주장이다. 좌파는 유럽자유시장에서 탈퇴하면서도 모든 이주의 자유를 옹호하는 명확한 독자적 견해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주의 자유 문제에서는 좌파도 분열해 있다. 철도해운교통노조(RMC) 전국운영위원 에디 뎀시는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하락을 추동하는 “산업예비군”으로 이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술가 마야 굿펠로는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학 연구 대학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벌인 임금 인상 투쟁을 상기시키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파에 타협해 논쟁을 틀어서는 안 됩니다.
“우파에 맞서야 합니다. 진정 급진적이고 변화를 꾀하는 정부를 세우기 바란다면 응당 그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