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산업연수제 부활시키자는 바른정당 홍철호:
이주노동자 임금차별 선동·인종차별 조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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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른정당 국회의원 홍철호(경기도 김포시 을)가 이주노동자 임금 차별을 선동하고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중소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며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9월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산업연수제(“현대판 노예제”로 악명을 떨쳤던!) 재도입을 요구했다. 또한 통상임금에 상여금·식대·숙식비를 포함시키는 것이나 최저임금 적용에서 지역별·산업별 ‘탄력 운용’을 요구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기업주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이다. 홍철호가 문제 발언을 하기 하루 전인 9월 12일 경총은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상여금 등을 포함시키고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철호는 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홍철호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100만 원만 줘도 베트남에서 5배의 봉급”이라며 이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왜 베트남과 비교해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실제로 앞서 언급한 경총 토론회에서 주요 발제를 맡은 한국항공대 교수 김강식은 “업종별, 지역별로 사업여건, 지불능력, 생산성, 생계비 수준 등에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최저임금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문제점도 개선해서 업종별, 지역별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최저임금 제도 개악은 이주노동자에서 시작해 내국인 노동자들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 홍철호는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이간질하는 비열한 발언도 빼먹지 않았다. 한국 청년들이 “막장 인생”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꺼려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돈을 한국 청년들에게 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건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렇게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해 온 고마운 존재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조차 극렬히 반대하는 자본가들이 이주노동자 임금을 깎아서 내국인 노동자 임금을 올려 줄리 만무하다. 매우 위선적인 것이다. 실제로, 홍철호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무원 일자리 확대와 같은 정책을 “핵실험과 같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라고 반대한다. 결코 내국인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다.
홍철호는 이주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의 절반 이상을 본국으로 송금한다며 이것이 마치 엄청난 ‘국부 유출’이라도 되는 양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수입은 그들이 만들어 낸 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부분에서 일하며 많은 부를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소비도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주노동자들과 이주 운동 단체들은 홍철호의 망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9월 28일 홍철호의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경기이주공대위와 김포 지역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이주노동자 편견 조장, 노골적 차별 선동하는 국회의원 홍철호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홍철호의 발언이 “이주노동자를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산업연수제 재도입이 아니라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운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 거주 동포들의 단체인 ‘한민족유럽연대’도 홍철호를 규탄하는 성명을 보내와 낭독했다.
“우리는 1960~1970년대, 인력수출 정책의 일환으로 독일에 온 간호사와 광산노동자들이다 …… 당시 독일의 급여 수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5배 정도나 많았으며, 우리는 최저 생활비만 남기고 모든 돈을 한국으로 송금했다.
“국내에서 누구나도 꺼렸던 3D 업종은 누가 떠맡아 왔는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었더라면 중소 규모의 공장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러한 것에 대한 성찰이 없이 청년실업 문제의 책임소재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찾아내려는 홍 의원은 즉각 이러한 시대착오적이며 비인도적인 발언을 철회하기 바란다.”
그런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은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홍철호의 요구를 분명히 거부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답변을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비 문제 등 임금 산정 폭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TF에서 보고 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위해 정책 연대와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황에서 김동연의 이런 답변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거나 숙식비를 산입하는 식의 개악(사실상 그만큼 최저임금이 깎이게 된다)이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 순서는 내국인 노동자들일 것이다. 이에 맞서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하며 단결해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