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세월호 화물칸 블랙박스 공개:
이윤 논리가 침몰에 끼친 영향과 국가의 책임을 재확인하다

세월호 침몰 시작 시각과 원인을 밝혀 줄 단서들이 발견됐다. 9월 15일 〈뉴스타파〉는 세월호 화물칸에 실렸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세월호 인양의 성과이자 진상 규명에 있어서는 결정적 전진인 것이다.

영상 분석에 따르면, 세월호는 기존의 추정보다 더 일찍 화물이 이동하고, 복원성이 예상보다 더 나빴던 탓에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추정은 대체로 이랬다: 정상적 운항을 하던 세월호가 8시 49~50분 사이 초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면서 원심력으로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후반 어느 시점에 화물이 대거 이동하면서 2차로 기울어졌다(횡경사).

문제는 침몰에 이르게 할 만큼 배를 급선회시킨 요인을 밝히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와 선원 진술에 기반해서 화물, 평형수, 고박 상태 등의 수치를 대입해 계산해 보면 추가적 요인 없이는 그 정도로 나쁜 복원성 수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놓고 실수에 의한 대각도 조타(검찰의 주장), 외부 충격(‘김어준의 파파이스’, 자로 등 일각의 음모론적 주장), 엔진 고장 가능성(법원) 등 여러 가설이 나왔다.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 분석에 따르면, 검찰이 청해진해운 측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나와 있는 데이터부터 오류가 있었다. 그 데이터를 토대로 실시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시뮬레이션 결과대로라면 세월호에 실린 차량은 이론적으로 세월호가 34.6도 기울어진 시점부터 미끄러졌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 속 차량들은 세월호가 21도[1] 기울어진 시점 (49분 36초경)에 이미 급격하게 쓰러지기 시작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 때는 컨테이너와 일반 화물만 미끄러졌어야 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영상을 보면, 급선회 때문에 선체가 기울어지면서 화물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화물이 먼저 이동하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그 탓에 배가 급선회했다고도 추론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 8시 49분 26초경 화물이 이동해 부딪히는 소리가 처음으로 감지된다. 이 때는 선체 기울기가 21도였던 8시 49분 36초경보다 10초나 이른 시점이다. 세월호의 ‘선회 시 횡경사각’(조타기로 배를 최대한 회전시켰을 때 버틸 수 있는 기울기)이 20~21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물의 이동이 선체의 급선회 전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이번 영상의 분석을 통해 세월호의 AIS항적도와 관련된 의혹도 설명 가능해졌다. AIS항적도를 보면 화물 이동이 시작된 8시 49분 26초를 기점으로 선수각(운항 방향)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기 시작해 49분 30초까지는 초당 1도씩 꺾였고, 36초(기울기 21도)부터 59초(기울기 47도) 사이에는 초당 2.3도씩 급격하게 꺾였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은 그동안 알려져 있던 것보다 세월호의 복원성이 훨씬 더 나빴음을 보여 준다. 복원성을 계산할 때는 과적된 화물의 양과 평형수의 양이 핵심적이다. 그런데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후에, 기존 특조위의 화물 조사 때 파악되지 않았던 포크레인 2대와 컨테이너 2개 등이 더 수습됐다. “기존의 복원성 계산에 쓰인 화물량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뉴스타파〉)

이번에 블랙박스 분석에는 영상 분석 외에도 충격 감지 장치(G센서) 분석 결과도 나왔다. 그 결과를 보면, 사고 당시 외부 충격이나 내부 폭발 등은 없었다. 대신 쏠린 화물들 탓에 C데크 화물칸의 유리창이 깨지면서 급격한 침수가 일어났다는 것이 밝혀졌다.(이는 침몰 속도를 높이고, 구조 가능한 시각을 축소시켰다.)

자본주의·제국주의가 낳은 참사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실수나 우연, 누군가의 음모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세월호는 참사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도 바람이나 파도 때문에 항해를 중단하고 돌아와야 할 만큼 왼쪽으로 기운 적이 있던 배였다.

그런데 평소에도 과적을 일삼으며 수년째 위험천만하게 운항되던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에는 더욱 위험한 상태였다.

화물 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참사 전날 다른 배들이 출항을 포기할 만큼 날씨가 나빴지만 세월호는 뒤늦게 운항 허가를 받아 출항 준비를 했고, 이 때문에 화물이 평소보다 더 부실하게 고박됐다.(청해진해운은 평소에도 고박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과적을 일삼았다.)

이는 당시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어 화물 운송이 급한 사정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양된 세월호의 화물칸에서는 철근이 많게는 하루에 수십 톤씩 발견돼,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360톤(사람 5000명 무게)이 넘는다. 대부분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자재다.(관련 기사: ‘세월호 화물칸에서 쏟아지는 철근: 세월호, 탄생부터 참사까지 제주 해군기지와 얽혀 있다’)

결국 상시적 과적과 그에 따른 복원성 악화 탓에 언제 침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배가, 미국 패권 돕기의 일환인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철근의 과적과 부실한 고박과 맞물려 사상 최악의 대형 참사로 치달았던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배경이 자본주의의 이윤 지상주의 논리와 제국주의 협조 정책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1] 중력에 따라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화물칸 내부 기둥 사이의 각도를 통해 해당 시점에서 선체 기울기를 계산한 결과.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