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개악안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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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정규직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개정안은 ‘기간제’ 노동자 고용 사유에 대한 제한이 없다. 통칭 ‘기간제’라고 부르는 비정형 노동 형태가 아예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반년이나 1년만 고용해야 하는 경우나 연수·질병 등에 따른 일시적 결원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안은] 이런 방식으로 기간제 고용의 합리적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기간제 고용을 무한정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문제다. 이대로 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능성은 원천 봉쇄되고 정규직 일자리는 갈수록 비정규직화하게 될 것이다.
또, 정부는 파견제 전면 허용을 주장한다. 파견제는 정상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도이자 인신매매다.
[정부가 내놓은] 차별 해소 대책이란 것도 실효성이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위원회에 제소하면 위원회가 판결해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업장에서 파리 목숨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들이 어떻게 제소할 수 있겠는가? 설령 제소한다 해도 1심과 2심을 거치고 기업주가 불복하면 재심 들어가고 하면서 시간만 오래 걸릴 것이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양극화의 중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삭감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 주고 차별을 해소하자는 [정부와 경총의] 주장은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것이다. 이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자본이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려고 인건비를 줄였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생겨났다.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는 현실적이지도 않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조 7천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가 순이익의 1퍼센트만 양보해도 비정규직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도 10조 원이 넘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250시간까지 일하면서도 160∼17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서는 두 가지, 즉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한 작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전국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대중 동원력을 바탕으로 파업과 함께 대중시위 등 정치적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도 계속 압박해야 하고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성 여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규직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안고 갈 때라야 해결할 수 있다.
2001년에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싸웠다. 처음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연대가 되는 듯싶더니 갈수록 둘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비정규직 노조는 와해됐고 정규직 노조는 금속연맹에서 제명됐다. 우리에겐 뼈아픈 교훈이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정규직이 주도적으로 노력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두 사례가 보여 주는 교훈은 정규직이 주도적으로 나설 때라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의 시혜가 아니라 정규직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노동운동 차원에서도 8백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망이 없다.
지금 노무현 정부는 정부와 자본에 유리한 것은 다 집어넣고 불리한 것은 다 뺀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핵심은 노동조합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다. 또,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해고 예고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은 정부의 노동 유연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