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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를 비난한 강경화:
말로만 “평화”, 실천은 “한미동맹”인 정부의 외교 수장답다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한강 작가를 비난했다. 한강 작가가 미국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광주항쟁의 고통과 저항을 잘 다룬 《소년이 온다》로 유명한 한강 작가는 10월 8일자 〈뉴욕 타임스〉에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미국의 행태를 비판하며 평화를 호소하는 기고를 했다.

그는 탁월한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평온한 듯 살아가면서도 내심 느끼는 불안감과 모순을 표현했다.

이 글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변화를 염원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내용이 많다. 한강은 자신도 그 거리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다고 밝힌다.

이 글이 실린 뒤, 청와대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으로 이 글의 요약본을 소개하고 홍보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인 12일 강경화가 국회에서 한강의 기고를 문제 삼고, 청와대가 이를 홍보한 게 잘못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우익들이 한강 작가의 기고문을 색깔론으로 공격한 것에 대한 이 정부의 답변이었다.

그동안 우익은 한반도 불안정이 전적으로 북한의 “핵 도발”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포함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대북 압박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우익으로서는 한강이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 도발”은 비판하지 않고 미국을 향해서만 평화를 촉구하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한강 작가가 의도했든 안 했든, 한반도에서 지금의 군사적 긴장 고조 국면을 부추기는 것이 미국 같은 강대국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는 과거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양민 학살을 언급하며 한국전쟁 같은 강대국들의 “대리전”이 이 땅에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우익은 이 글이 정치적으로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한강은 … 핵 도발로 전쟁 위기의 원인을 만든 북한을 먼저 나무랐어야 한다”고 발끈한 것이다.

우파는 색깔론을 펴며 한국전쟁을 “대리전”이라고 쓴 부분을 특히 문제 삼았다. 주되게 미국의 책임이 부각되는 원문의 메시지가 확산되는 걸 막고 ‘미국이냐 북한이냐’ 구도로 몰아가기 위해서다.

강경화의 헛소리는 이런 우익의 히스테리에 동조한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도 뒤늦게 한국전쟁을 대리전으로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평화를 말하지만 행동으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미국의 전쟁 협박과 대북 압박에 협력하는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재차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은 불과 몇 주 전에 트럼프의 “북한 파괴” 연설을 칭찬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에 힘을 실어 왔다. 강경화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해 온 실천의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반도 긴장 속에 문재인 정부의 이런 꾀죄죄한 행태는 우익의 기를 살려 주는 꼴이다.

한국전쟁은 제국주의 미-소 강대국들의 대리전이었던 게 맞다(관련 기사 ‘[한국전쟁 60주년 ②] 열강의 힘겨루기가 낳은 끔찍한 파괴와 살육’). 우익이 미국을 대한민국을 만들고 구해 준 은인으로 보는 것도 그런 전쟁의 성격의 반영 아니겠는가? 그리고 현재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주되게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공세와 동북아 패권 전략에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니 청와대의 비겁한 발뺌과 강경화의 헛소리는 평화와 진보를 바란 촛불의 염원을 배신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강경화 임명 당시 일부 NGO와 진보 진영, 특히 주류 페미니스트 일각은 “주류 외교 관료 남성 엘리트가 아닌 비주류에 페미니스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환영했다. 그의 부패 행위까지 못 본 척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이제 그 일을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강경화는 임명되자마자 주한미군을 찾아갔고, 임명 8일 만에 “사드 배치 번복 없다”고 발언했다. 거듭거듭 평화 염원 대중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반도 위기가 쉬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나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에게 기대를 걸 게 아니라, 제국주의 공세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평화 운동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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