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채용, 별도 직군, 추후 논의”:
공공병원 비정규직 ‘제대로’ 정규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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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문재인 정부가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큰 틀에서 7월 20일에 발표한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따를 듯하다.
현재 전국 국립대병원 14곳의 비정규직은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 여섯 곳에서는 5633명이 정규직화 대상이 된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들 중 정규직화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첫째, 기간제 노동자 중 “정규직과 상이한 입직 경로를 거치고 정규직과 동종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공개경쟁 또는 제한경쟁방식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제 노동자 상당수가 정규직과 다른 채용 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들의 정규직 전환은 선별적으로 이뤄지거나 신규채용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둘째, 기간제 중 “정규직과 상이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파견·용역직의 경우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차별적 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고용 안정 대신 노동조건을 일부 포기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규직보다는 고용 면에서 처지가 나아진다 할지라도, ‘별도 직군’은 노동자들보다 사측에 더 유리한 방식이다. 싼값에 계속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민간 위탁의 경우 추후 논의하기로 해 사실상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가 정부의 어정쩡한 가이드라인을 큰 저항 없이 수용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앞서 발표된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이런 문제점들이 이미 내포돼 있었지만, 투쟁 여부에 따라 좀더 나은 조건을 얻어 낼 가능성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 측 추산으로도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하려면 매년 7백억 원가량이 드는데 정부의 2018년 예산에는 이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다. 전남대병원 등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일부를 정규직 전환 기금으로 양보한다지만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보건의료노조의 '임금연동형 일자리 대타협' 결과에 대해서는 228호에서 다룰 예정이다.) 연말까지 진행될 세부 합의에서 정규직 전환이 미뤄지거나, 적지 않은 사람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가 아직까지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 아닌 국립대병원(서울대병원 등)에는 이 지침을 강제하려 들지는 않고 있지만, 이후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반쪽짜리도 안 되는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