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관광개발 성희롱 은폐:
파렴치한 가해자 처벌하고 코레일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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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이 현 부산지사장의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KTX 열차승무원과 열차 내 판매 승무원 등을 고용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들은 2013년 11월 철도노조 산하 지부로 가입해 조직화해 왔고, 최근에는 지부 설립 이래 최초로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걸고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의 주요 요구 중 하나로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처벌도 포함됐다.(관련 기사: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파업: 능력 가감급제 폐지하고 임금을 대폭 올려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이윤선 부산지부장에 따르면, 현 부산지사장은 2014년 서울지사장으로 있을 당시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의 인천공항철도 계약직 인턴 여승무원들을 성희롱·성추행 했다.
회식 중에 노래방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모니터에 부착하고 “오늘 화끈하게 노는 사람[에게] 이 돈 준다”며 여승무원들에게 야한 춤을 추라고 강요하고 껴안으면서 몸을 더듬었다. 술자리에서 여승무원들에게 “잠이 올 때 남자 성기에 물파스를 바르면 잠이 깬다”며 성희롱을 했다. 또, 드레스코드까지 지정해 주며 비밀스러운 파티에 가자고 하거나 근무 일정을 조정해 주겠다며 개인적 만남을 강요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신입 여승무원들은 ‘다음 번엔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큰 두려움을 느꼈고, 일부는 근무 의욕이 떨어져 1년도 안 돼 퇴사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가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제기했으나,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철도공사도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윤선 지부장에 따르면, “2014년 철도공사 사장은 [여성인] 최연혜였다. 당시 우리가 철도공사 측에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했지만, 최연혜 사장은 ‘자회사 문제이니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며 묵살했다.”
그런데 최근 투쟁 과정에서 노조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은 감사실 차원의 조사를 몰래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성희롱 증거가 드러나자 사장과 일부 임원들이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 당시 사측이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사측은 가해자를 여승무원과 마주치지 않는 다른 지사로 발령했지만, 공식적 징계가 아니라 통상적 인사 조치로 처리했다. 얼마 뒤 사측은 가해자를 다시 여승무원을 관리하는 지사로 발령했다.
계급적 요구
올해 초에도 가해자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답시고 여승무원들이 있는 여성 숙소에 갑자기 들어와 생리대, 스타킹 등이 담긴 쓰레기통을 뒤졌다. 성희롱·성추행 전력으로 악명 높은 자였기에 그 자리에 있던 여승무원들은 이 행위를 자연히 ‘숙소 청결을 위한 봉사’로 여길 수 없었다. 오히려 가해자의 여성 숙소 침입에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이 건으로 3월, 사측이 성희롱고충처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열어 위원장을 제외한 심의위원 5명 중 3명이 성희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애초 회의 진행만 하겠다던 위원장이 갑자기 표결권을 행사해 가부 동수로 만든 뒤 직권으로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 내규에는 위원장의 직권 결정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성희롱 가해자인 부산지사장은 노조 탄압에도 앞장섰던 자라 조합원들의 분노가 크다. 이윤선 부산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산지사장은 자신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사람을 잘 진급시켜 줬다. [지사장의 평가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등급제(‘능력 가감급제’)가 있다 보니, 지사장에게 얼마나 잘 보이는지가 평가에 반영되고 연봉이 많게는 몇 백만 원 차이가 난다. 강성 노조원들은 낮은 평가를 받아 왔다. 지사장은 부당노동행위도 했다. 교육할 때 ‘노조가 불법이고, 가입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부산지사장이 이처럼 노조 탄압에 앞장서 왔기 때문에 사측이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도 무마한 것 아닌가.”
이처럼 관리자의 평가에 따라 임금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성희롱·성추행을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임금과 고용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능력 가감급제’를 폐지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철도노조가 KTX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 1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고, 78.2퍼센트는 “사측이 성희롱을 은폐하거나 방관한다”고 답했다. 철도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준다.
고무적이게도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여성 조합원들은 성희롱 근절 대책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지부 창립 이래 최초의 파업과 지금도 진행 중인 임단협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은 주요 요구 중 하나이다. 지부의 남성 노동자들도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성희롱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인 철도노조 정규직 조합원들도 이 투쟁을 응원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중요한 일부이다. 또한 여성 조합원이 늘면서 여성의 처지 향상을 위한 투쟁은 노동조합 전체의 역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여성 조합원이 직장 상사나 사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은 노동조합의 즉각적 대응을 요구하는 계급적 쟁점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하지 않고 노동조합 쟁점으로 여기고 집단적으로 투쟁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노조는 여성 노동자들이 가해자를 더는 마주치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배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감에 성희롱 관련 자료를 제출해 사측이 시정 조치를 받았다. 사측은 노조의 당연한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성희롱 가해자와 성희롱 은폐 책임자들을 징계·처벌해야 한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철도공사는 성희롱 문제를 묵인하지 말고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