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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독일 사회주의자 인터뷰:
우경화하는 공식 정치, 좌파 내 논쟁, 혁명가들의 구실

독일 총선 이후 상황에 대해 독일 사회주의자 폴카트 모슬러(사진)를 김종환 기자가 인터뷰했다. 그는 급진좌파 정당 디링케(‘좌파’라는 뜻) 내 의견그룹 ‘마르크스21’의 지도적 회원이다.

독일 총선 결과

독일 선거 결과는 지속되는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와 맞물리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 올해 여름과 비교하더라도 유럽의 정치 양극화 경향은 더욱 강해진 듯하다.

독일 선거에서 나타난 우경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범좌파 정당들(디링케, 사민당, 녹색당)의 득표가 전보다 다소 줄어든 반면, 자본가 정당과 우파 정당의 득표는 소폭 늘어난 것이다.

둘째, 우파 진영 내에서도 우경화가 있다. 기민당은 1949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반면 인종차별적 우익과 파시스트가 섞여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득표가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정부 정서, 특히 메르켈에 대한 반대 정서가 두드러졌다. AfD는 선거 기간 내내 “메르켈을 쫓아내야 한다”고 외치며 반정부 정서를 이용했고, 중간계급과 하층 노동계급의 표를 끌어당겼다.

독일 사회주의자 폴카트 모슬러

파시스트 영향력 커지는 극우 AfD

AfD는 최근 빠르게 더 우경화했다. 선거 직후 AfD 대표가 탈당했는데 당내 더 강경한 우익 세력에 의한 고립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불법 난민을 총으로 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다.)

AfD 안에서 더 강경한 우익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은 가울란트이다.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 선동과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가울란트는 선거 기간 중 “독일군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백히 당내 온건파를 압박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전 대표가 탈당을 했지만 AfD가 약화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선거로 국회의원이 94명이나 생긴 만큼(독일 전체 국회의원은 7백 명 남짓) 이제 돈이 있고, 또 수백 명이 AfD에서 상근으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민당 지도자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파시스트들이 의회에 앉게 됐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현 상황이 독일 정치의 중요한 균열을 보여 준다고 본다.

AfD가 표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지난 몇 년간 독일을 강타한 지독한 인종차별, 무슬림 혐오 캠페인이 있다. 이런 악선동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특히 심해졌다. 2010년, 무슬림과 이주민을 비난하는 책 《스스로 파괴되는 독일》은 정부와 언론이 엄청 띄운 덕분에 무려 2백만 부 이상 팔렸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2014년 우익 거리 운동 페기다(‘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가 생겨났다. 페기다의 부상은 2013년 창당한 AfD가 더 우경적으로 변모하도록 자극했다.

12월 AfD 당대회에서 파시스트가 지도권을 차지할 듯하다. 우리는 공동전선 ‘인종차별에 맞서자’를 통해 이 대회장 앞에서 대규모 전국 집중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하고 있고, 디링케 지도부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선거 후 처음으로 국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10월 22일 베를린에서도 시위를 준비 중이다. [실제로 1만 2천 명이 AfD 의회 입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좌파당 디링케의 성적과 잠재력

옛 동독 지역에서 디링케는 AfD에게 40만 표를 잃었다. 득표율도 줄었다. 반면 옛 서독 지역에서는 표가 늘었다. 처음으로 디링케 소속 의원이 동독 지역보다 서독 지역에서 더 많이 배출됐다.

디링케는 왜 동독을 잃었는가? 핵심은 디링케가 세 지방정부(베를린, 튀링겐, 브란덴부르크)에서는 연정에 참여하고, 작센 주에서는 기민당을 따라 투표하는 등 ‘책임 있는 정당’이 되는 데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고속도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에 3개 주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은 지난 당대회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번 선거 기간 중 디링케에 3천 명이 입당하는 일도 있었다. 옛 동독 지역에서도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운동이 강력한 곳에서는 전진했다. 그런 지역들에서 AfD는 전국 평균보다 낮게 득표했다.

의견그룹 ‘마르크스21’이 개입한 지역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특히 노르트라인베스트탈렌주(州)의 쾰뢴, 뮌스터 시에서는 선거 후에 인종차별과 AfD에 반대하는 행진이 각각 수만 명 규모로 벌어졌다. 이들 지역에서 AfD의 득표율은 5퍼센트 이하였다.

또한 선거 중 베를린에서 보건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은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보건 노동자들의 파업을 통해 선거의 핵심 쟁점이 ‘난민과 터키인 문제’에서 ‘의료 체계 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TV에서 메르켈은 의료 문제에 답하라는 질문에 곤경에 처했고, 이런 광경은 다른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했다. 이처럼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의료 체계 등 사회적 쟁점을 제기하며 인종차별·파시즘 반대를 결합시켰고 그것이 효과를 냈다.

10월 22일 베를린에서 1만 2000명이 극우 정당 AfD의 의회 입성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 Chris Grodotzki

좌파 내 인종차별 대응 논쟁

디링케 안에도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난민 문제는 부차적이다’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주민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난민 문제에 관해 일관되게 올바른 입장을 주장하려면 인종차별 쟁점을 회피할 수 없다. ‘먹거리 문제 vs. 이주민 문제’라는 구도에 빠지는 것은 큰 패착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 위기와 복지 축소 사이의 연계는 결코 자동적인 것이 아니고, 인종차별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지배자들이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작업장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자동으로 인종차별 반대 의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좌파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후 일부 지도적 인사들은 심각하게 나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스카 라퐁텐은 이렇게 말했다. “당 지도부는 독일 노동계급이 이제 ‘난민 문제’에 진절머리를 낸다는 것을 무시했고, 실천에서는 사회적 쟁점을 등한시했다.” 그는 2009~2010년에는 디링케를 왼쪽으로 이끈 인물이지만 이젠 오른쪽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경제적 쟁점에서 앞장서서 반자본주의적 주장을 펼친 일부 극좌파도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오히려 인종차별에 관해서는 당내 우파의 입장이 우리 ‘마르크스21’과 더 비슷하다.

우리는 민영화 등 문제에서는 당내 우파에 맞서 그 좌파들과 함께해야 하고, 인종차별 쟁점에서는 당내 우파와 나란히 인종차별에 반대해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에 있다.


오스트리아

이처럼 인종차별에 관한 급진좌파의 혼란은 오스트리아에서도 보인다. [오스트리아 총선 상황에 대해서는 225호 ‘오스트리아 총선: 나치의 정부 입각 가능성, 세계에 경고를 보내다’를 보시오.]

오스트리아공산당(KPO) 지도부는 인종차별 문제에는 입을 다물고 경제 문제만 다룬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공산당은 최근 KPO+라는 새로운 세력이 가세하면서 사회당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봄 녹색당 지도부에 의해 제명된 청년 조직이 공산당과 동맹을 맺은 것이다. 모든 주요 대학에 조직이 있는 KPO+를 이끄는 인물은 여성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리즈 보걸과 러시아 혁명가 레닌에 관심이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산당 지도부와 급진적인 청년 조직 사이에서 혁명적 좌파는 인종차별 문제도 중요하다는 등 올바른 태도와 개입을 통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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