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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중의원 선거 승리로 개헌을 밀어붙인다는 아베
하필 이 시국에 날아온 나쁜 소식

10월 22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의 연립정부가 승리했다. 연립정부에 속한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 중 헌법 개정 발의선인 3분의 2를 넘기며 313석을 확보했다. 집단적 자위권 용인, 안보관련법 강행 등 집권 5년 동안 군사대국화의 길을 닦아 온 아베는 이번에야말로 실질적인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승리로 아베는 큰 이변이 없다면 2021년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5월 3일 일본 헌법기념일에 아베는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포기한다고 명시된 헌법 9조 1항과 2항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 헌법에 새 조항을 신설해 자위대를 명기한다는 개헌안을 냈다. 그는 “2020년을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개헌 의지를 밝혔다. 이번 자민당 공약에는 자위대 명기를 골자로 한 개헌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이 자의 개헌 시도까지 성공해선 안 된다 ⓒ출처 미 해군

그동안 아베는 헌법 해석을 변경해 일본 국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안보관련법도 제·개정했다. 이 밖에도 교육기본법 개정,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개정 등을 강행하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를 위한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지지 정당들이 발의선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도 연립 여당이 다시 한번 개헌 발의선을 돌파한 것은 무척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 긴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11월 초 트럼프가 대중국 견제와 대북 압박 공조 강화 등을 위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더욱 걱정된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이 미·일동맹에 더 많이 기여하길 바랐던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선거 직후 트럼프는 아베에게 보낸 축사에서 “강력한 지도자”가 승리한 것을 환영했다.

공식 정치의 우경화

〈한겨레〉 등은 일본의 20대 젊은이들의 보수화가 아베가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원동력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갈수록 우경화하는 공식 정치와 기층 정서의 간극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선거 전 아베 정권 지지율은 36.9퍼센트로 ‘지지하지 않는다(46.3퍼센트)’를 밑돌았다. 개헌 반대 여론도 높았다. 즉, 아베 정권의 이번 승리는 적지 않은 반反 아베 정서 속에서 거둔 승리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정당을 찾지 못한 부동층이 40퍼센트가량이나 됐다. 아베 정권에는 반대하지만 5년 전 민주당 정권의 배신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투표할 만한 정당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유신의당’의 일부 세력 등을 흡수해 당명을 민진당으로 바꿨다. 민진당은 최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져 왔다.

중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민진당 지도부는 ‘희망의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희망의당은 도쿄 도지사 코이케가 개혁적 보수를 내걸고 세운 정당이다. 7월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코이케의 지역 정당인 ‘도민퍼스트회’가 자민당에게 참패를 안긴 바 있다. 민진당 의원 다수는 중의원 선거에서 코이케의 인기에 기대려 했던 듯하다.

그러나 코이케는 아베 1기 정부에서 방위성 장관을 지낸 우익 인사다. 당연히 개헌도 지지했다. 코이케는 민진당 인사들의 개헌 지지 여부를 확인해 “선별해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진당 내 일부가 희망의당으로의 합류를 거부하고 입헌민주당을 창당했다. 분열로 더욱 지리멸렬해진 민진당, 자민당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희망의당은 아베와 다른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그 결과, 이번 총선 투표율은 전후 최저 투표율 2위(53.68퍼센트)를 기록할 만큼 낮았다. 일본의 대표적 우파 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총선 승리가 아베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다시 아베 정권이 오만방자함을 보인다면” 순식간에 민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활발한 개헌 논의 시작과 함께 “정중하고 겸허한” 국정 운영을 주문했다.

〈요미우리신문〉조차 인정할 정도로 올해 들어 아베 정권 지지율은 개헌 논의를 밀어붙일 동력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베의 사학 비리 스캔들과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하는 ‘공모죄’ 강행으로 정권 지지율이 한때 20퍼센트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실험으로 지지율이 회복 기미를 보이자, 아베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한반도 긴장이 아베에게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던 셈이다.

평화운동

일본 평화운동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지 못한 점도 아베의 승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5년 평화운동은 안보관련법 제·개정에 반대해 12만 명이 결집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 그러나 법안의 의회 통과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 운동의 개혁주의적 지도부는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며 선거 대응(민주당, 일본공산당, 사민당의 선거 연합 구성)에 집중했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 등 개헌 지지 세력이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다. 이런 연이은 좌절로 일본 평화 운동은 자신감을 잃은 듯하다.

일본공산당은 최근 여러 선거에서 약진해 왔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의석을 크게 잃었다(기존 21석에서 12석으로). 옛 민진당의 자유주의 세력과 후보를 단일화하며 선거구 67곳에서 후보를 철회한 것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을 3배 이상 늘리며 55석을 차지해 제1야당이 됐다. 그러나 입헌민주당이 (다른 정책들은 제쳐 놓더라도) 원칙적으로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회 내에서 일관되게 개헌에 반대해 온 일본공산당의 후퇴는 안타깝다.

일본 개헌 저지는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일본 평화운동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 속에서 소수일지라도 좌파적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며 운동이 조금 더 왼쪽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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