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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보육 예산안:
미흡한 공약에서마저 벌써 후퇴

문재인은 대선에서 지자체 별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공공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것은 빈말이 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단 추진을 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복지부가 민간 사회서비스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단 설립에서 후퇴한 것이다.

한국은 보육, 요양, 간병, 사회복지, 장애인활동지원 등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의 95퍼센트가 민간 업체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의 질이 낮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사회서비스 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노동자들도 공무원으로 직고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불충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에서마저 후퇴하고 있다 ⓒ출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이런 점에서 문재인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은 정부의 직고용을 회피하는 불충분한 대책이었다.

그동안 중앙(또는 지방) 정부가 공단, 재단, 자회사 등의 방식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해 온 전례가 있다. 박원순 시장이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을 서울시 산하 재단을 만들어 고용한 사례, 서울지하철의 양 공사 산하에 자회사를 신설해 청소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례 등이 있다.

이것은 고용 안정 면에서 민간 위탁보다는 나은 점이 있지만, 정부가 서비스 제공과 고용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자회사(또는 재단, 공단)에 그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 임금·처우 개선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제 이 미흡한 공단 설립 약속조차 내팽개치려는 것이다.

보육 공약도 후퇴할 조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40퍼센트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는 OECD 평균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62퍼센트)보다 낮은 수치다.

그런데 이런 불충분한 계획조차 이행이 불투명하다. 내년 예산안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450곳을 확충하는 것만 책정됐다. 하지만 공약대로 이행하려면 5년간 연평균 522곳씩은 확충해야 한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지원 비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나머지 절반을 투자하지 않으면 실제 국공립 보육시설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보조·대체교사와 아이돌보미를 늘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그 대부분이 시간제나 계약직 같은 저질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공립 요양시설 예산도 겨우 8곳(서울·경기 2곳, 지방 6곳)을 신축하는 비용만 반영됐다. 이 역시 중앙정부 지원 비율이 50퍼센트에 불과해 지방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투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치매전담형 요양시설과 주야간 보호시설을 위한 예산은 신규로 반영했지만,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노인 돌봄 관련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가 서비스 질 개선과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복지부는 노동자들의 염원과 달리 민간업자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공화 시늉만 하겠다는 발상”(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대책위원회 성명서)으로 복지공약을 후퇴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방한 때 수조 원의 무기 구입은 약속하면서도 복지 공약은 벌써부터 후퇴시키고 있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제공 시설을 국공립화하고,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원과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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