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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대기금이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낼 마중물이 될까?

11월 7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하 공공연대기금)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공공연대기금은 지난 6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가 참여. 이하 양대노총 공대위)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문재인의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벌써 누더기가 되고 있다 ⓒ출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하자, 양대노총 공대위는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1600억 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1600억 원을 기본 출연금으로 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공공성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연대기금을 구성하자며 정부의 동참을 적극 제안했다.

양대노총 공대위 지도자들이 공공연대기금을 제안한 것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노동조합도 적극 나서자는 좋은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좋은 효과·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이 16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공공연대기금 구성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가 아니다.

공공연대기금의 재원 중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반납할 인센티브 1600억 원뿐이다. 그 외에는 “공공기관 노동자 및 사용자들의 자발적 출연과 참여”로 돼 있다. 사측은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 인사는 공공연대기금 재단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이사회는 양대노총 공대위 5인, 공공기관 사용자 4인, ‘공익 대표’ 6인으로 확정됐다.

이처럼 정부가 진지하게 돈을 낼 생각이 없다 보니,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성취할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때문인지 공공연대기금이 제시한 사업 계획은 장학 사업, 공부방 지원, 공공기관 직장 체험 연수 등의 수준에 그쳤다.

노사정 협력 추구

이런 한계 때문에 양대노총 공대위 지도자들은 공공연대기금을 마중물로 삼아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과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와 노정 교섭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와는 다른 ‘개혁’ 정부이므로 이런 구상이 실현될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대표적인 개혁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지금, 노정 협력으로 정부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문재인의 방문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 된 인천공항에서는 사측의 보잘것없는 안에 노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노동계와 지속적인 협의를 하면서도 노조 측의 핵심 요구는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둘째, 연대기금은 의도와 달리 정규직 책임론을 강화해 연대를 구축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가령 이 기금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추가적인 기금 출연 요구가 뒤따른다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연대보다 반목을 키우기 십상이다. 정부는 이 틈을 비집고 이간질과 양보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손잡고 정부와 사용자를 압박하며 투쟁하는 속에서 자신감과 연대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양보 압박

셋째, 노사정 협력 추구가 정부와 사용자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문제점을 가려 주는 효과를 낼 위험도 있다.

공공연대기금에 관여하는 노조 지도자들이 지하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의 농성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런 문제를 얼핏 드러냈다.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서울교통공사에 항의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침묵했던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장 김태호가 공공연대기금 이사로 선임된 데다 노조와의 협치를 강조해 온 서울시 노동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그러나 연대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한다면 기금은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얘기를 듣게 될 수 있다.

공공연대기금과 같은 노사정 협력 추구가 정부의 양보를 강제하는 데 필요한 노동자 투쟁을 약화시킬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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