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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도 전쟁에 빠져들 수 있다

중동에는 이미 시리아와 예멘 등지에서 전쟁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레바논에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있다.

서방 제국주의의 현지 동맹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앙숙 관계인 이란과 한판 크게 붙어 보려 한다.

이란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했다. 덕분에 아사드 정권은 내전으로 시리아 혁명을 파괴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현재 시리아 정부군은 시리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의 근거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단체 헤즈볼라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은 헤즈볼라를 상대로 레바논에서 전쟁을 벌이고자 한다. 이란의 영향력을 밀어내기 위해서다.

빈살만은 최근 레바논 총리 하리리가 사임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하리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이란과 헤즈볼라를 비난하며 사임했다.

빈살만은 레바논의 후임 총리로 누가 들어서든 헤즈볼라와 어떤 식으로든 대결하길 바란다. 그러면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한 세력이다. [현 레바논 정부 안에 몇몇 장관을 두고 있다.] 자체 무장세력도 있고 자체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도 있다.

따라서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벌인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다. 그러나 레바논 정치인들이 빈살만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봉쇄를 가할까 봐 두려워한다. [레바논 경제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농산물 수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자국민들의 송금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헤즈볼라와 이란을 상대로 폭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는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시리아 내 이스라엘 국경 지대에서 물러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 합의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13일에 그는 시리아 남부를 계속 폭격할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는 11월 초 [영국 제국주의가 이스라엘 독립을 약속한 ‘벨푸어 선언’ 100주년을 맞아] 런던을 방문해서 한 연설에서, 자신이 이란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모하고 있음을 거의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대사관들에 각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행보를 지지하도록 로비 활동을 벌이라는 명령을 보냈다.

이번 갈등은 서방이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서방이 중동에서의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전쟁을 벌인 것의 산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하에서는 미국 자신이 이란과의 갈등을 키우고도 있다.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다면 서방 제국주의는 시리아와 레바논이 폭격당하고 침공당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들 것이다. 이들을 좌시한다면 중동은 더한층 피로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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