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법 제정 추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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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폐기와 생명안전보호를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악법이다. 두 법안에는 포괄적인 규제 완화 조처와 민영화 조처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법안들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처리하려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다양한 규제 완화 조처와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국회 논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각종 시행령·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철도·병원 노동자들이 민영화 반대 투쟁에 나서는 등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또, 세월호 참사로 규제 완화 비판 여론이 강해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조차 박근혜의 꼼수들이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진념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정부의 의료 민영화 조처에 부분적으로 반발하다 쫓겨났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 법은 제조업·광공업·농수산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일사천리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권을 위임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민영화와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여론은 식지 않았고 이를 신경 쓰는 민주당의 반발 때문에 법안은 집권 말기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법안마저 ‘의료 민영화법’으로 알려졌다.
박근혜가 정권 말기에 추진한 규제프리존법은 이름만 바꾼 서비스법이라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서비스법과 달리 규제프리존법은 지역 개발을 내세우고 지자체에 일부 권한을 준다. 그 점을 이용해 박근혜는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을 포섭하려 했다. 이에 호응한 대표적 인물이 충남도지사 안희정이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들을 국회에서 처리하길 원한다. 사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도 이 법안들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문재인 자신이 박근혜를 만나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하면 서비스법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다.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에 추진된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조처를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록 지배계급의 제1 선호 정당은 아니지만 자본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그들의 이익을 지켜 온 부르주아 정당이다. 경제 위기 하에서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압력을 근본에서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는 등 스타일은 다르지만 말이다.
민주당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규제프리존법 통과에 속도를 내는 듯하다. 국회의장 정세균도 최근 타협안을 제시하며 규제프리존법 처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독소조항을 없앤다고 규제프리존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두 법안은 기재부 장관에게 막강한 권한을 위임해 포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법률에 명시된 규제를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독소조항’ 삭제에도 반대할 것이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