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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부담을 줄일까?

문재인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들의 반발로 ‘기본요금 1만 1000원 폐지’ 공약을 실행하지 않았다. 선택약정할인율을 2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올렸지만 일부에게 적용되고, 인상된 핸드폰 가격보다 할인되는 금액이 낮은 수준이어서 오히려 통신비가 오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문재인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달 사회적 논의기구를 출범시킨다. 여기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가 주요 쟁점이 될 듯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통신사가 핸드폰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따라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핸드폰 제조사들은 통신사 대리점이 아니라 별도의 유통망으로 핸드폰을 판매해야 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찬성론자들은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는 통신3사(SK, KT, LG)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서 핸드폰 단말기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이에 대한 ‘보조금’을 내세워 요금제를 고가로 유지하지만, 판매 경로를 다양화하면 시장 경쟁이 활성화돼 담합도 줄고 가격이 인하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는 없어 이미 여러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뿐 아니라 핸드폰 제조업도 삼성, LG, 애플이 시장의 94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2017년 1월 갤럽조사). 통신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소수인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비교적 쉽게 유통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경쟁이 얼마나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사실 시장 경쟁의 목적은 가격 낮추기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이다. 지금 통신사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이는 대신 일선 대리점에 앞다퉈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며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바로 경쟁 때문이다. 요금이 오른 근본적 이유는 경쟁의 목적이 이윤을 벌어들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경쟁을 강화해 가격을 낮춘다는 구상은 잘 돼 봐야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효과만 볼 것이 뻔하다.

‘보편요금제’는 2만 원대의 값싼 요금제를 출시하게 해 전반적인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이다. 요금제를 정하는 데에는 정부가 일부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제한적 효과는 있겠지만 통신사들이 반발하면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기본요금 인하 공약이 좌절된 경험이 그것을 보여 준다.

또, 최근 경험을 보건대, 사회적 논의기구는 기업들이 ‘보편요금제’를 철회시키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비를 제대로 낮추려면 통신 서비스를 공공재로 보고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SK텔레콤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이 민영화돼 생긴 기업이다. KT는 2002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민영화돼 생긴 기업이다. 이 통신기업들을 재국유화해 서비스 제공의 목적을 이윤이 아니라 공공성 강화에 맞춰야 실질적이고 과감한 통신비 인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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