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재혼, 장애자, 자녀 딸린 재혼자 환영! 1백 퍼센트 결혼 성사!”
베트남참전전우회가 운영하는 한 국제결혼업체의 광고 문안이다. 도시 변두리만 가도 “싸다”, “도망가지 않는다”, “60세 이상도 가능”, “후불제” 등의 수사가 붙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광고 배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3일만에 첫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는 ‘국제 결혼’과 “인신매매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하다”(〈한겨레〉 2월 2일치)고 말한다.
국내 이주 여성 11만 명 중 90퍼센트 이상이 국제 결혼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8년 만에 늘어난 혼인 건수 증가에도 국제 결혼의 증가가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단속·추방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의 삶만큼이나 그늘지다. 국적법상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이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남편의 보증’이 꼭 필요하다. 해마다 갱신하는 비자 연장시에도 마찬가지다. 별거나 이혼을 하면 곧바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내가 일하는 센터의 한 베트남 여성 이주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19살 된 동생이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살았는데, 말도 안 통하고, 맨날 때려서 도망쳤어요. 남편이 보증해 줘야 국적을 받을 수 있어서 때려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 남편은 사장님이랑 똑같아요. 사장님이 때리고 돈 안 줘서 도망치면 불법체류가 되는 것처럼, 남편이 때리고 돈 없어서 집 나오면 불법체류가 돼요.”
최근 정부는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을 위한 대책이랍시고 ‘알기 쉬운 모성보호 가이드’를 만들고, 출산시 20일 동안 가사 도우미를 보내겠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 이주 여성을 위한다면, 프랑스의 국적법처럼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혹은 스위스처럼 ‘결혼’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본이 멋대로 국경을 넘나들 듯,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주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