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노예 시장이 생기다:
서방 제국주의가 야기한 21세기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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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향하는 난민들이 리비아에서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노예로 팔리고 있다. CNN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성인 남성이 수십만 원에 거래된다.
주류 언론이 말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무수한 돈과 군함을 동원해 이런 야만을 잉태한 장본인이 바로 유럽연합이라는 것이다.
먼저 유럽연합은 난민들이 이용하던 터키~그리스 육로를 폐쇄했다. 물리적으로 폐쇄했을 뿐 아니라 그리스에서 붙잡힌 난민을 터키로 강제 송환하기로 터키와 협약을 맺었다.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널 의욕을 꺾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유럽연합은 터키에 막대한 돈을 지급했다.
그 다음으로 유럽연합은 난민들을 리비아에 잡아 두려고 수많은 돈과 군함, 병력을 동원했다. 리비아는 지중해 건너 이탈리아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경로다.
현재 리비아는 서방이 2011년 혁명에 개입한 이래 제대로 정부도 구성하지 못하고 각종 무장세력들이 난립하고 있다. 난민의 인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리비아 해안에서 활동하는 민병대들과도 암묵적 거래를 하며 해안 경비를 강화했다.
최근 이슈가 된 노예 시장은 이처럼 유럽연합의 난민 차단 정책이 낳은 결과다.
더 분노스러운 것은 유럽 지배자들의 태도다. 9월에 유럽 각국에서 이주민을 담당하는 내무장관들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는 이런 자화자찬이 오갔다. “나는 이탈리아로 밀입국하는 사람들이 줄어서 기쁩니다. 이런 발전이 계속돼야 합니다.” “이런 성공 스토리를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최근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리비아 현지의 난민 수용 시설을 방문한 뒤,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분노스러운 상황”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탈리아와 독일의 외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밀입국 브로커를 소탕함으로써 인명을 구하고 있으니, 잔소리는 그만두고 우리 정책에 돈이나 대라’고 뻔뻔스럽게 응수했다. 난민들이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서 두 국가는 난민을 차단하려는 이해관계가 특히 크다.
난민의 태반은 서방이 중동과 아프리카에 강요한 전쟁과 가난을 피해 벗어나려는 사람들이다. 즉,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이다.
경제 규모가 미국 다음으로 큰 유럽연합이 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최대 무역 흑자국이자 3년째 재정 흑자를 기록 중인 (즉, 정부 예산이 남는) 독일은 우간다(경제 규모 세계 92위)보다도 난민을 적게 받아들였다.
더욱이 각국에 혹독한 긴축을 강요하면서도 동시에 국경 봉쇄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유럽연합의 작태는 경제력이 아니라 저들의 우선순위가 진정한 문제임을 보여 준다.
국경을 개방하고, 리비아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난민 수용소를 폐쇄하고, 모든 난민이 원하는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안전한 교통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