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민족 문제 ①:
민족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을까?
〈노동자 연대〉 구독
민족 문제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설명을 다룬 글을 격주로 연재한다. 앞으로 제국주의와 민족 문제, 오늘날의 민족 문제, 한국의 민족 문제 등을 다룰 것이다.
민족을 분할선 삼아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오늘날 일종의 상식이 돼 있다. 오늘날의 세계가 국민
이런 세계관은 세부 내용은 천차만별이어도 몇 가지 가정을 공유한다. 첫째,
우파뿐 아니라 진보·좌파 일부도 이런 가정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트럼프를 환대한 문재인 정부는 ‘같은 민족’인 북한의 보통 사람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뭇 다른 관점으로 민족 문제를 이해해 왔다.
민족은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됐나?
민족은 대체로 “동일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언어, 풍습, 종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을 갖는 인간 집단”으로 정의된다
지역적 공통점을 민족의 기준으로 삼으면, 짧게 잡아도 수백 년 이상 같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살아 온 카탈루냐인과 스페인
언어와 풍습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
한민족
지금 쓰이는 민족 개념을 설명하려면, 이 개념이 만들어지고 통용된 특정한 사회 형태와 연관해 봐야 한다.
형성
오늘날의 민족 개념은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이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게 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민족 개념은 자본주의가 탄생한 서유럽에서 처음 나타났다.
중세 봉건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과 동시에, 상업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자신들의 경제권을 넓히는 데에 국가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려면 기존 국가를 지배하는 봉건 지주·왕가의 권력을 빼앗아야 했다. 부르주아 혁명이 발발했다.
부르주아들은
민족이 국민이 된 것이 아니라, 국민
이 과정은 전혀 순탄하지 않았다. 부르주아들은 짧게 잡아도 17세기 후반
그러나 일단 자본주의 국민국가가 확립된 이후에는 프로이센의 융커든, 일본의 사무라이든, 이탈리아의 왕당파든, 심지어 스탈린주의 관료든 후발 주자들은 모두 국민국가라는 형태를 채택해야 했다.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회를 발전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용어나 경제적 인프라 같은 ‘민족적 요소’가 없었던 곳에서도 그랬다. 이탈리아 왕당파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을 통일하며, 사실상 단절됐던 1500년 전 과거
이를 두고 역사가 베네딕트 앤더슨은 이렇게 썼다. “신생 국가들의 ‘건국’ 정책에서는 흔히 … 대중 매체, 교육 제도, 행정 규제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심지어 마키아벨리적으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주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민족주의와 노동계급
민족주의는
민족 의식이 지배자들에게 쓸모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별 민족
자본주의는 세계적 체제이므로 민족성이 어떻든 모두 마찬가지다. 바로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국제주의를 지향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역설한 이유다.
그러나 피지배 계급이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지배자들의 세뇌 때문만은 아니다. 체제가 아무리 싫어도
그러나 민족주의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억압받는 민족의 민족주의가 노동자들을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이끌기도 한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마르크스는 영국 노동자들이 아일랜드의 독립을 지지하며 투쟁해야 한다고 봤다.
세계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변모하면서 민족 억압과 해방 문제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이는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