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정당 자유당(FPÖ)의 정부 입각에 반대하는 1만 명 규모의 촛불 시위가 일어났다.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과 횃불을 들고 정부 건물이 밀집된 구역을 인간 띠를 만들어 에워쌌다. 지난달 총선에서 1위를 한 중도우파 정당 국민당(OVP)이 자유당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해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관련기사: ‘오스트리아 연립정부 협상 개시: 나치 자유당이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다’)
지난달 총선에서 자유당이 26.5퍼센트를 득표하고 3위를 차지하는 등 약진을 했고, 이에 맞서는 행동이 총선 직후부터 조직됐다. 총선 날 저녁에 개최된 집회에 500명이 참가했는데, 한 달 만인 11월 15일 집회에 1만 명이 참가한 것은 반나치 운동의 큰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줬다.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와 나치 집단 수용소 생존자들의 호소가 주효했을 듯하다.
물론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단체 링크스벤데(‘좌선회’라는 뜻) 등 좌파들이 총선 직후부터 집회를 조직하는 등 꾸준히 반나치 캠페인을 펼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링크스벤데의 지도적 활동가 만프레트 에커는 자유당의 성장에 맞서는 연대체를 건설하고 있는데, 11월 15일 집회를 조직한 단체들도 그 연대체에 참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자유당은 17년 전인 2000년에도 국민당 주도의 연립정부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최대 2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의 운동이 일어났다.(오스트리아 인구는 약 875만 명이므로 약 40명당 1명꼴로 시위에 참가한 것이다.)
약 2년 뒤 자유당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연립정부가 무너져 조기 총선이 실시됐는데, 거리의 항의 시위가 그 과정을 촉진했다.
링크스벤데의 만프라트 에커는 다음 단계로 정부 취임식에 맞춘 항의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