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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험난한 중국 방문길:
한·미·일 동맹 촉구하는 미국, ‘3불’ 이행 요구하는 중국

이달 중순 문재인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을 때에 견줘 훈풍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이 중국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의 방중을 앞두고 한·중 간에 대북 제재를 비롯한 여러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이른바 ‘3불’ 이행 문제다. ‘3불’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사드 추가 배치,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동맹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3불’ 선언은 역대 한국 정부들이 공식 표방해 온 것에서 크게 벗어난 선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한국 정부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3불에 더해 ‘1한’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한’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사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3불1한’이 한·중 관계 개선의 최저선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시진핑은 웃으며 만나겠지만 “공동 인식”에 완전히 도달하긴 힘들 것이다 ⓒ출처 청와대

중국과 한국의 사드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일시 봉합된 것임이 날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을 봐서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금수도 부분적으로만 풀어 줬다.

우파들은 ‘3불’은 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꼴이라고 비난하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라고 공격해 왔다. 그런데 이토록 주권을 소중히 여기는 우파들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문제에서는 정반대로 처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약속 이행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미국과의 갈등이 있다.

3불1한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3불’ 선언이 내심 못마땅한 듯하다. 11월 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그 세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11월에 서울에 온 트럼프는 문재인 정부에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이를 위한 한·미·일 동맹 구축·강화에 협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좌파는 트럼프 정부가 일본 총리 아베가 주창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용한 것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부재를 방증한다고 본다.

물론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에 변덕스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략이 부재하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최근 미국의 인도(양) 강조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대결 범위가 넓어진 만큼 그에 대응해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를 반영한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내세우면서 뻗어 나가는데, 미국이 그걸 좌시할 리 없잖은가.

최근 트럼프는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랜달 슈라이버를 지명했다. 그는 11월 상원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국 군함의 대만 기항, 대만과의 군사 협력 강화 등을 주장한 대중 강경파 인사다. 그는 같은 자료에서 “안전하고 번영하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보장하는 것이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못 박았다.

또 슈라이버는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 공조를 촉진할 것이라며, “북한의 계속된 도발” 덕택에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즉, 미국은 현 긴장 상황이 주는 동맹 강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최근 방한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한테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는 등 협력 강화를 거듭 촉구했다. 북핵 위협 대응을 매개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 조짐이 있는 가운데, 중국도 문재인 정부의 실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드

미국과 중국 등의 제국주의 간 경쟁이 점증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그 경쟁이 주는 압력 때문에 외교정책에서 운신의 폭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때처럼 다시 한 번 동북아에서 균형자를 자임하고 싶지만, 의지와 능력 사이의 격차 앞에서 갈팡질팡할 처지다.

문재인 정부는 균형외교를 말하지만, 실천은 한미동맹으로 기울어 왔다. 중국이 사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와중에도, 문재인 정부는 사드 공사 장비를 성주 사드 부지에 반입하는 등 사드 배치 안정화를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쟁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결”, 즉 서로 다른 두 생산양식 사이의 투쟁이 아니다. 두 자본주의 강대국이 벌이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다. 이 경쟁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 관계의 특징은 상호 교차하는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고, 이 때문에 양극 체제가 주름잡던 냉전 시절보다 불안정성이 더 크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 행보는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그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거나 줄타기를 시도하는 것은 노동계급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제국주의 체제라는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진보·좌파가 할 일은 문재인 정부한테 균형외교를 촉구하거나 미국에 맞서 다른 강대국 지배자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각국 지배자들한테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평화 운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혁명적 좌파는 여기에 더해 반자본주의적·반제국주의적 노동계급 운동을 구축하려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