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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가는 미국의 대북 전쟁 위협

북한의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한반도 불안정이 다시금 악화할 조짐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이는 8월에 문재인이 말한 ‘레드 라인’, 즉 북핵 문제를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 강화가 북한의 반발을 사며 상황을 다시 악화시켰다. 게다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대규모 무력 시위와 막말로 긴장을 한껏 높이고 있다.

12월 4일 시작된 한·미 연합 공군 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는 미군의 최첨단 전투기와 전략폭격기가 대거 동원됐다. 훈련이 끝나도 미군 F-22 전투기 일부가 한국에 계속 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군용기 230여 대나 동원하며 전시 대응을 방불케 하는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출처 미 공군

이미 올봄에 한국에서 다른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인 ‘맥스썬더’가 실시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키리졸브 연습 등 한·미(·일) 연합 훈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시됐다. 게다가 그 규모와 화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은 험악한 말을 쏟아 냈다. 12월 2일 한 포럼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맥매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다음 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일본·대만 등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맥매스터의 “전쟁 가능성”, “한국 등의 핵무장 가능성” 발언은 중국·러시아에게 대북 제재 강화를 압박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한국·일본의 핵무장을 보고 싶지 않다면, 원유 수출 중단 등으로 북한 경제의 숨통을 더 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러시아는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데 여전히 반대한다. 그것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해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무슨 일을 했든지 간에, 그 나라와의 무역을 완전히 금지하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잘못이다.”(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12월 1일 사설)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이 시작된 날 중국 공군은 서해와 동중국해의 새로운 항로에서 장거리 정찰 훈련을 실시했음을 공개했다. 군용기 230여 대가 동원된 한·미 훈련이 단지 북한만 겨냥하는 게 아님을 의식한 조처였을 것이다.

또한 같은 때 러시아도 극동 지역에서 해병 1000여 명을 동원한 실탄 훈련을 벌였다.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다.

단지 ‘북한과 미국의 대결’만이 있는 게 아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동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경쟁이 점증한다는 더 크고 중요한 맥락이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문제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11월 말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 국가’ 지위 부여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중국이 비시장 국가 지위에 머물면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물리는 등 더 넓은 재량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지정학적·경제적 경쟁이 북·미 갈등을 더한층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해상 차단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미국 국무부는 새로운 차원의 해상 차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상 차단”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가 금지한 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추적해 검색하고, 필요하면 나포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를 고쳐 의심 선박을 강제로 검색할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것 같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해상 차단 강화에 동의하는 국가들을 모아 국제 공조를 펼칠 수도 있다.

해당 국가의 교역과 통항을 완전히 틀어막는 “봉쇄”는 아니지만, 분명히 해상 차단도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군사 옵션이다.

게다가 어떤 선박을 검색할지는 미국이 정하기 나름이다. 이미 유엔이 결의한 대북 제재 품목이 광물, 석유 등으로 아주 광범하기 때문에 북한을 오가는 웬만한 선박은 다 검색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

11월 30일 SBS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한·미·일 연합 해상 차단 작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12월 2일에는 “국제사회와 같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갈 가능성이 높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이미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에 가입해 있고, 오랫동안 미국과 대량살상무기 차단 작전을 연습해 왔다. 11월 초에도 한국, 미국, 호주 해군이 연합 차단 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공해상에서 벌이는 대북 해상 차단 작전은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10월 미국 해군대학교 교수 앤드류 위너는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해상 차단이 유엔 안보리에서 승인돼) 미국이 북한 선박에 강제 승선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은 그런 작전을 전쟁 행위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국 공격 능력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주한 미군 가족들을 한국에서 옮겨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물론 지금 미국 트럼프 정부가 대북 선제공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트럼프의 백악관과 내각에 앉아 있는 장군들도 대북 선제공격의 대가가 크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한테 백기 투항을 강요하려고 전략 자산을 대거 투입해 연일 군사훈련을 벌이고 심지어 공해상 차단까지 준비한다면, 예기치 않은 충돌이 벌어져 확전될 가능성은 갈수록 더 커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 게 못 된다

2달여 만에 다시 긴장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진보계에서는 대화 제안으로 긴장을 낮추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의당 김종대 의원처럼, 중국 정부가 말한 “쌍중단”(북핵 동결과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한국 정부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쌍중단은 외교적 거래다. 결국 쌍중단 같은 외교적 해법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현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는 것은 현 긴장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모두 반길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외교적 주고받음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뿐 아니라, 기껏해야 일시적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북한과 미국은 핵 문제를 놓고 여러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상황을 다시 악화시킨 것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미국이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쌍중단 제안을 여러 차례 거부했고, 문재인 정부도 거기에 보조를 맞춰 왔다.

5일 유엔 최고위급 인사인 제프리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에 갔다. 북한 측의 대화 모색 시도일 텐데, 그 와중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하고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설사 우여곡절 끝에 양측의 조건이 맞아 대화 테이블이 열리더라도, 안정적 합의에 이르는 길은 매우 불확실하고 중도에 끊길 공산이 크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하며 그 협상에 임할 테고,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새로운 빌미를 잡아 판을 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제국주의적 좌파가 할 일은 ‘김정은 참수부대’까지 창설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북 정책을 대화로 전환하라” 하고 (헛되이) 설득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친제국주의·군국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노동계급을 향해 평화 운동을 건설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지금 당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