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어제(12월 8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사용자 측이 추진하던 인소싱에 합의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50여 명을 해고로 내모는 인소싱에 맞서 전면 파업 등으로 저항하던 중이었다. 지난 4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김호규 집행부는 대의원들의 제안을 수용해, 비정규직 우선 해고 반대, 총고용 보장, 인소싱 반대 등을 금속노조의 방침으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집행부는 금속노조의 방침을 정면 위배하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료들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창원지회 집행부는 그동안 “생산물량 부족으로 다수 조합원이 생계의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소싱 합의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비정규직지회의 총고용 보장 요구와 파업이 “1700여 조합원의 미래 불확실성을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생계 위협”은 비정규직의 파업이 아니라 한국GM 사용자 측이 생산량 감소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GM은 일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한편 물량 배정을 카드로 다른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식으로 야비한 ‘경합시키기’ 공격을 계속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비정규직부터 야금야금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수용하면, 나머지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지엠 노동자 모두를 위해서도 지금 인소싱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에 반대하는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인소싱 합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놓고 갈등하게 만들어 노동자들 사이에 반감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약화시키는 한편 사용자 측의 책임을 가릴 수 있다. 반대로 당면한 비정규직 해고를 막아 내는 투쟁은 사용자 측이 더 큰 공격을 감행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인소싱에 반대해 전면 파업을 유지하며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11일부터 진행될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에서 노조 탄압과 인소싱 등 부당노동행위를 밝혀내고 지지를 모아 나가겠다고 한다.
지금 무엇보다 연대가 중요하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한국지엠 창원지회 집행부의 인소싱 합의를 용인하지 말고, 지금 당장 대의원대회 결정대로 인소싱과 비정규직 해고에 반대하는 연대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측의 압박으로) 인소싱 합의가 부평공장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한국지엠 창원지회 집행부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스른 것은 그동안 금속노조 지도부가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후과이기도 하다. 이경훈 현대차지부 집행부의 비정규직 신규채용 합의를 승인했고, 김성락 기아차지부 집행부의 비정규직 노조 분리 강행에 어떤 징계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형식·절차 상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단결을 이루는 이점과 힘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도대체 산별노조는 뭐하러 필요한 것인지 회의를 증폭시키고 ‘무늬만 산별’이라는 자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총고용 보장”의 원칙을 확인하고 원하청 단결을 약속한 만큼, 지금 당장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2017년 12월 9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