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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 연내 처리 추진!
격차해소론은 위선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의 연내 처리를 추진하려 한다. 문재인은 12월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근기법 개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이번 임시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그에 따라 다음날 오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비공개 당정청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장하성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 합의로 마련된 개악안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7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직접 국회를 찾아, 여야 간사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국회 책임이 무거울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도 임금 삭감에는 기업주와 한편이었다 ⓒ이윤선

지난 11월 국회 환노위 소속의 여야 3당 간사 합의로 제시된 개악안의 주요 골자는 주 52시간 상한제의 단계적 적용, 중복할증 삭감 등으로 장시간 노동을 온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정의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일단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미뤄졌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문재인이 직접 나서 연내 근기법 개악을 촉구한 것이다.

박용만

문재인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기법 개정”이라고 왜곡한다. 그는 단계적 방안을 반대하는 노동조합 운동을 향해서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건데 왜 반대하느냐’고 비난할지 모른다. 이것이 10년 넘은 문재인의 레퍼토리다. 노동운동이 특고 보호법(노동3권 부정)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공무원특별법(1.5권만 인정)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단계적 적용과 중복할증 삭감은 모두 장시간 노동에 지친 수백만 노동자들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저임금 노동자들일수록 더 열악한 조건에 내몰릴 수 있다.

주 40시간 노동과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으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해 왔다. 이 파렴치한 행정해석의 목적은 휴일에도 중복할증 수당을 주지 않고 노동자들을 싼 품삯으로 오랜 시간 부려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을 포함해 환노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개악안은 방법만 다를 뿐, 노동적폐인 행정해석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조삼모사로 온존시키려는 것이다.

게다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중복할증 수당마저 주지 않으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계속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리게 된다. 집권 여당이 노동조건의 바닥을 끌어올려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파렴치

집권 여당의 진정한 관심사는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환노위 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개악안의 취지를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주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10월에 기업인들은 홍영표 환노위 위원장을 만나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을 요구했고, 홍위원장은 “중복할증 불가” 입장을 밝히며 화답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격차 해소 운운하며 대기업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해 왔는데, 그것이 누구를 위한 양보인지 이번 개악안 추진으로 밝히 드러났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개악안이 노골적인 사용자 편들기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잘못된 행정해석을 한순간에 바로잡으면 기업이 지게 될 부담이 걱정된다고 한다. … 부당한 법 적용으로 십수 년간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해 온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지 않는지 묻고 싶다.”

12월 8일 근기법 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미진

노골적인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긴급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내팽개치고 근로기준법 개악 연내 통과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소속 산별조직들은 실질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현재 이용득 의원 등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중복할증 폐지나 연내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 연내 개악 처리 촉구를 하고 있는 지금, 안이하게 상황을 낙관하고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만만찮은 대중 투쟁을 벌여 정부와 국회에 실질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연말 임시국회 처리를 막고, 중복할증에 대한 사법부 판결(내년 1월 18일 대법원 공개변론 예정)에 압력을 넣으려는 시도도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