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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과 영상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지 2년이 지났다. 12·28 합의 폐기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주요 요구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의 공식 활동이라도 멈춰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조차 들어 주지 않고 있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서른 세 분만 남아 있다. 어느 때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절실한 지금,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볼 만한 책과 영상이 있다.

《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 이토 다카시 지음 | 안해룡, 이은 옮김 | 알마 |2017년|332쪽|22,000원

《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이토 다카시, 알마)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책이다. 저자 이토 다카시는 30년 넘게 일본의 전쟁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 증언을 기록했다.

위안소에 끌려간 피해자들이 겪은 경험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군인 수십 명을 상대하며 성병에 시달렸다. 정신을 잃은 ‘위안부’의 몸을 담뱃불로 지지고, 장난 삼아 문신을 새긴 흔적, 매독 후유증 등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어느 날 여자 두 명이 병사를 상대하는 걸 거부했어요. 두 여자는 두 팔이 묶인 채 정원으로 끌려 나왔습니다. 병사들은 우리를 불러 모으더니 두 여자를 높은 나무에 매달았어요. … 병사들은 여자들의 머리를 잘라 끓는 물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마시라고 강요했습니다. 거부하면 우리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마셨습니다.”(216~217쪽, 강덕경 할머니)

자살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일본 패망 뒤 ‘위안부’ 여성들이 학살됐다는 증언도 있다.

해방이 되기 직전 혹은 해방 후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조선 땅으로 돌아온다. “산으로 도망쳐 풀뿌리나 열매 등 먹을 수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탈출한 피해자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조선에 돌아와서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차마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살아 왔다. “몸을 망쳤다”는 생각에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분노를 삭이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위안부’ 생활이 끝났음에도 고통이 계속됐음을 절절하게 증언하고 있다.

굳게 입을 다문 채 살아오던 피해자들은 1991년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적 배상과 사죄 등을 요구하며 싸우기 시작한다. 이 책 후반부의 심미자 할머니에 대한 르포르타주는 당시 과정이 잘 담겨 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증언을 담은 연작 다큐멘터리다. 1995년(1편), 1996년(2편), 1999년(3편)에 발표됐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1924~1997)를 비롯해 이미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소녀이야기’(김준기, 2011년)는 10분 남짓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그 여운은 훨씬 오래 남는 작품이다. 인도네시아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고故 정서운(1924~2004) 할머니가 생전에 육성으로 한 인터뷰를 그대로 사용했다. 일본 공장에 가서 잠시 일하기만 하면 경찰에 끌려간 아버지가 풀려날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그는 먼 타지에서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본군의 책임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 총리 아베를 비롯한 일본 우익들은 일본 국가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우긴다.

《일본군 ‘위안부’ 그 역사와 진실》 요시미 요시아키 지음 | 남상구 옮김| 역사공간 | 2013년|112쪽|8800원

일본 우익들의 이런 주장을 반박한 책이 한 권 있다. 요시미 요시아키가 쓴 《일본군 ‘위안부’ 그 역사와 진실》(역사공간)이다.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는 1992년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찾아내 공개하는 등, 그간 ‘위안부’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적극 지지해 온 학자다. 얇은 책이라 부담 없이 금세 읽을 수 있다.

그는 일본군이 “장병에게 현지에서 ‘성적 위안’을 제공한다는 발상으로” 군 위안소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지적한다. 참혹한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징집한 군인들의 불만이 상관인 자신들에게 오지 않게, 식민지 여성을 ‘위안’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고안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군 ‘위안부’ 제도를 조직적으로 운용한 주체는 바로 일본군임을 증명한다.

이 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책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과 대비된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라는 존재를 “발상”하고 징모 업자의 유괴나 인신매매를 “묵인”한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 내에서도 최대 관료 조직이었던 일본 육해군의 규정을 들며 위안소가 사실상 군 부속 병참 시설로 운영됐고 “업자의 역할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명백한 일본국가의 범죄라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서는 “강제는 없었다”, “조선총독부는 업자에 의한 유괴를 단속했다”, “군에 의한 강제는 예외적이었다”, “’위안부’ 생존자의 증언은 신뢰할 수 없다”,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대우는 좋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구체적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정영환 지음 | 임경화 옮김 | 푸른역사 | 2016년|280쪽|15,000원

‘위안부’ 피해자들이 분노해 소송까지 건 《제국의 위안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면,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정영환, 푸른역사)을 보는 게 좋다. 이 책의 저자 정영환은 재일조선인 3세인 학자로, 《제국의 위안부》의 핵심 주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는 기본적으로는 동지적인 관계”였다는 박유하의 주장이 사실 왜곡임을 밝혔다. 특히, 박유하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원 자료의 맥락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게 많고 심지어 《제국의 위안부》 일본어판을 내면서 한국어판을 대폭 가필·수정했음을 확인해 주며 《제국의 위안부》가 기본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저작임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정영환 교수는 이 책의 출판 강연회를 위해 한국에 오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그의 입국을 불허했다. 정부는 정영환 교수 같은 ‘조선(국)적’인 재일 한국인들의 입국을 자주 불허한다. 그런데 이때 박유하 교수는 “[정영환 교수는] 한국과 북한에서 정치적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입국이 불허된 사람이다. 이들[재일 조선인]의 담론이 한일 화해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내비치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면서 색깔론에 기댄 듯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인사가 국적을 이유로 부당하게 표현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을 옹호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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