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했던 해수부, 9월엔 유골 주인 바꿔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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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수중 수색 피하려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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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해수부의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릴 만큼 커다란 공분을 일으켰다. (관련 기사: [본지 단독 보도] 해수부,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 미수습자 장례식 직전인 17일 발견했는데 숨겨)
그런데 9월 말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당시 해수부는 발견된 유골의 주인(고창석 선생님과 조은화 학생)을 서로 바꿔치기했다. 이 사실은 오늘(12월 15일) 오전 해수부가 선체조사위에 통보해 알려졌다. 해수부는 실수였다고 해명하지만, 그동안 거듭된 거짓말을 보면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사건 경과는 다음과 같다.
● 8월 중하순, 해수부 수습본부는 유골 두 점을 수습했다.
● 9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를 분석해서 해수부에 알렸다.
● 해수부는 유골 발견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면서 어처구니없게 유골 주인을 바꿔치기했다! 선체에서 발견된 고창석 선생님의 유골을 조은화 학생의 것으로, 수중에서 발견된 조은화 학생의 유골을 고창석 선생님의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당시까지 조은화 학생의 유골은 대부분 선체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조은화 학생의 유골의 일부가 수중에서도 발견된 것은 다른 미수습자의 유골도 수중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당시까지 해수부는 고창석 선생님의 유골이 모두 수중에서 발견됐다며 침몰 때 바다로 뛰어들어 사망했다고 추정했지만, 유골이 선체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고창석 선생님이 선체 안에서 사망했으나 유골이 대거 수중으로 유실된 듯하다.
이로써 유실방지망을 제대로 설치하고 수중 해저면 수색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주장이 지극히 정당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10월 24일, 해수부는 가족들의 애타는 바람을 외면한 채 수중 수색을 공식 중단했다.
이런 정황과 해수부의 그간 전력을 볼 때, 해수부가 예산과 노력이 많이 드는 수중 수색을 하루빨리 중단하려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속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크게 들 수밖에 없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차마 말로 표현 못할 비열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수중 수색을 재개해야 마땅하지만, 최근 해수부는 침몰해역부터 목포신항에 이르는 해저면 추가 수색 검토 약속을 뒤집고, 12월 2일 기간과 비용을 내세워 가족들더러 포기하라고 사실상 ‘압박’했다.
유골 은폐와 바꿔치기가 연이어 폭로된 것을 보면, ‘단순 착오’였다는 해수부의 해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두 사건 모두 근본적으로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빨리 끝내서 정치적 부담을 더는 데 급급한 국가 관료들의 냉혹함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 이전이나 이후나 변한 게 없다.
11월 유골 은폐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보고 체계 부실”, “안이한 행정”의 문제라면서 실무 책임자들만 징계위에 회부하는 선에서 일을 덮었다. 하지만 김영춘 장관은 (해수부의 해명에 따르더라도) 은폐 사실을 보고받은 뒤 언론 보도가 나올 때까지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다. 즉, 김영춘 장관도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해수부 장관은 과연 몰랐을까?’ 하는 의심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해수부가 잘못을 은폐하려 공작한 것을 조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같은 잣대를 적용해 장관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엄정 조사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 또, 해수부·해경 등에 있는 책임자를 모두 당장 처벌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세월호 적폐 청산’에 대한 그 어떤 진정성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