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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예민해도 괜찮아》(이은의 지음, 북스코프):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싸운 경험자의 따뜻하고 유용한 조언서

《예민해도 괜찮아》 이은의 지음, 북스코프, 2016년, 264쪽, 12,800원

이 책의 저자인 이은의 변호사는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삼성의 여성 노동자였다. 삼성전기 노동자로 근무할 때 상사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고, 이를 문제제기하며 싸웠다. 삼성에 대항해 4년 간 법적 투쟁을 한 끝에 결국 승리했다.

저자는 승소 후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그 뒤 “남성 중심 사회에서 피해를 본 여성들, 대기업을 비롯한 힘센 조직의 갑질로 고통받은 사람들”을 주로 상담하며 피해자들의 담당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인 박유천 사건에서 무고 혐의로 역고소 당한 성폭력 피해호소 여성의 담당 변호사를 맡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 변호사는 “성폭력이 정당화되는 직업은 없다”고 옳게 지적하며 유흥업소 종사자인 피해 여성에 대한 부당한 편견 조장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 책은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성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방법과 지혜를 알려 준다.

저자가 직접 겪은 사건과 그 뒤 변호사로서 담당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여성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때 실질적 대처 방법에 대해 상당히 유용한 조언들을 제공한다.

저자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십분 공감한다. 만약 성폭력을 당할 경우 괴롭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고, 신고를 못 했다면 신고에 준하는 대응으로 증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의 조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 역시 증거 자료가 확보된 상황이다” 하고 알려 준다.

그리고 피해를 당했을 때 여성이 “절대 자책하지 말 것”과 이왕 싸우기 시작했다면 “정면돌파” 하는 용기의 중요성도 알려준다.

저자는 연인 관계에서도 “내 의사에 반한 행위는 사랑해서 하는 게 아니”고, 연인이라 할지라도 동의 여부를 분명히 밝히라고 조언한다. 또한 “나의 의사 표현이 확실했음에도 상대가 성관계든 스킨십이든 강행했다면 당신은 범죄를 당하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짚어 준다. “경계선이 모호”해서 헷갈리는 관계일수록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여성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연애 중일 때만이 아니라 “이미 끝난 연인관계라도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고 얘기한다. “다만 당시 애정 표현이라 여겼던 일들을 애써 사후 구성해가며 성폭력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함께 조언한다. 상대방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전혀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지 개인적 대응 방법을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담당하거나 상담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여성 차별이 사회적 문제라는 점도 보여 준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고약한 프레임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어떤] 여자는 당할 만하다고 여기는 우리 안의 편견” 등을 지적하며 “당할 만한”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연예인 지망생에게 광고 모델을 시켜 주겠다며 모텔로 데려가 강간한 사례를 통해, 여성이 스스로 모텔에 걸어갔든 무엇을 입었든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는 범죄라고 주장한다. 지당한 주장이다.

특히 고용이나 진로에서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용하는 권력형 성폭행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도 무언가 이득을 얻고자 한 일일 것’이라는 식의 부당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여전히 “가해자의 입장에 편중된 법원의 판결들”이나, 여성 차별이 만연한 일상적 대화와 시선 등을 지적하며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구조나 조직 문화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판한다.

또한 “직장은 노동력을 파는 자리이지 인격을 파는 자리가 아니다. 그 일과 하등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이나 행위, 신체적 접촉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노동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 하는 점도 분명히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담론화하지 않으면서 성적 문제로만 접근하는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한다. 저자 자신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 체험을 통해 깨달은 점이라고 한다.

저자의 직설은 정부 정책에도 해당된다. “현재 여성 부처의 정책이나 예산은 성폭력 대응이나 기혼녀들이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판만 여성가족부일 뿐, 사회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문제보다 출산과 양육에 매달리는 그저 ‘가족부’에 가깝다.”

이 책은 매우 쉬운 언어로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싸운 경험자로서 피해 여성들에게 따뜻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또한 여성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논평도 담고 있다. 성희롱·성폭력에 맞서 용기 내어 문제 제기하고자 하는 여성들, 그리고 여성 차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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