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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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7530원) 적용을 앞두고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 전문가 태스크 포스(이하 전문가TF)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 내용은 첫째,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일부 수당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별도로 받던 임금 항목들이 산입 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적거나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사용자와 정부 측 전문가들은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자고 제시했다.
둘째, 일부 임금 항목들의 산입 범위 조정을 위해 취업규칙 일방 변경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즉, 상여금 등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수당들도 매월 분할해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상여금 등의 최저임금 산입을 위해 법 제도를 개정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이런 조처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그 밖에 업종별·연령별 차등 적용도 여전한 쟁점이다. 사용자들은 업종별 차등과 일부 연령별 차등(노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전문가TF가 내놓은 권고안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삭감하려는 노골적인 개악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해 온 방향과도 결코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어수봉은 이미 10월 말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의사를 밝혔고, 최근에도 “3년 내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노동시장의 충격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유사한 입장을 밝혀 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학교비정규직의 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 시간을 줄여(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한 것도 이런 문제를 잘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재인은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치 인상”이라고 온갖 생색을 내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갖가지 꼼수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기도 전에 사실상 뒤집기에 나섰다. 이는 불평등과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저임금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처지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정부가 최저임금 무력화를 추진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별 사용자들의 꼼수와 공격도 난무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기존의 낮은 기본급에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을 녹여 기본급화하거나 그 명칭만 바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고정OT(고정 연장근로) 수당을 줄이는 등의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의 외피를 쓰고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사측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떠들어 댔지만, 실상은 시급은 오르지만 월급 총액으로 보면 노동자들이 손해를 본다. 소정근로 시간이 줄어들어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게다가 사측은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노동강도도 대폭 강화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 노동자들은 자발적인 팻말 시위를 벌이고 항의 행동을 하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선업 등 위기가 심각한 업종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삭감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 사측은 경영 위기 등을 빌미로 2년치 임금 동결뿐 아니라 개인연금, 품질향상 장려금, 설·추석 선물비, 간식비 등 일부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최근 문재인은 노동계를 향해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조차 무력화하려 하고 근로기준법 개악까지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면, 문재인 정부를 믿고 힘을 실었다가는 제 발등 찍기 십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을 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