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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규제프리존 …:
의료 민영화 못 버리는 문재인 정부

1월 9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해 만들어진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은 현재 개원을 앞두고 제주도지사 원희룡의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원희룡은 문재인 정부 취임 직후부터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허가를 여러차례 미뤄 왔다. 그런데 문재인도 원희룡의 ‘협의’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이런 쌍방 꼼수가 벌어지는 것은 악화되는 여론 때문인 듯하다. 이미 제주도민의 70퍼센트가 제주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 투자 의혹과 병원이 포함된 헬스케어타운 사업에서의 분양 사기 의혹 등이 제기됐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처럼 여론이 나쁘니 원희룡은 문재인 정부에 공을 떠넘기거나 적어도 책임을 분산시키려 하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제주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게 아님을 원희룡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의료영리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도 개원 자체를 막지는 않고 “면밀히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제주의 소리〉)

그런데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만들 수 있도록 처음 허용한 것도 (문재인이 계승하려는)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2002년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병원 설립을 허가했다. 2005년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외국인 병원이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이 때 영리병원을 허용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국내 병원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2008년 거대한 촛불 운동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 뒤로도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반대 운동에 부딪혀 여러차례 중단됐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아래서 원희룡이 중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기어이 병원을 세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문을 열 예정이었는데 박근혜가 임기 도중에 쫓겨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뜻하지 않게 최종 결정권자가 된 셈이다. 문재인은 집권 후 원희룡의 ‘협의’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미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한일 ‘위안부’ 합의 유지, 한상균 석방 외면 등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가 촛불 대중의 바람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추측컨대, 문재인 정부는 침묵을 지킨 채 원희룡의 결정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려 할 듯하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도 의료를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만들려는 국내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그 속도와 방식에서 이명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방향이 다른 것은 아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하에서 민주당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한 까닭이기도 하다.

정부·여당은 의료 민영화 법으로 알려진 규제프리존법도 일부 내용과 형식만 바꿔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지역 개발을 강조하는 법이니만큼 지방선거 전에 통과시키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찔끔 개선하는 데 그친 ‘문재인 케어’도 의사협회의 반발을 핑계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일부 NGO 등의 시도는 문제다. 문재인 자신이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처럼 배신을 정당화해주는 구실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독립적인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영리병원은 문재인의 또다른 뒤통수치기가 될 것인가 ⓒ출처 의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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