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남북 대화:
여전히 장기적 전망은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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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2년 만의 남북 대화였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고 이번 회담을 성사시켜야 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계속 시도하려 할 것 같다.
9일 회담의 결과, 다음달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외에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응원단 등도 함께 올 것 같다. 지난해 트럼프가 말한 “화염과 분노” 같은 상황이 올해에도 지속될까 우려했던 사람들에겐 기대감이 생길 법하다.
물론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익들은 이런 상황이 불만이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평창 공세” 운운하며 이번 회담을 비난했다. 이런 행태를 보면, 긴장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호전광 같다.
북한은 남북 대화에 나서면서 남한 너머의 미국을 바라볼 것이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군사 행동을 협박하고 제재를 강화해 온 가운데, 북한이 보기에 남북 대화는 그 국면을 바꾸고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는 “징검다리”로 여겨질 수 있다. 평창으로 미국 고위급대표단이 온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비핵화
분명 미국과 북한의 공식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서로 의중을 탐색하기 위한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은 계속됐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제국주의 때문에 미국이 대북 정책 방향을 크게 바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도 오고 미국 대표단도 오지만, 바로 그 주변 해역에 미군 항공모함도 추가 배치될 것이다. 항공모함은 트럼프가 북한과 중국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한국의 “일치된 대응”을 강조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의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 한국이 남북 대화를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하며 대북 제재를 약화시켜선 안 된다는 경고다.
여기에 문재인도 동의해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미국과 맞출 것이다.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5·24 제재 조처 문제 등은 모두 유엔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모두 남북관계 진전 여부를 판가름할 쟁점들이다. 일부 친문 인사들이 바라는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아쉽게도 “평창의 평화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에 보조를 맞추는 한, 한반도 주변 정세의 중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