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금속 노동자 수만 명이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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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동계급이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연이은 파업에 금속 노동자 수만 명이 참가한 것이다.
철강 대기업 티센크루프,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 등 360개 기업의 노동자들이 1월 8일 일손을 놓았다. 지금까지 최대 7만 5000명이 파업에 참가한 가운데 금속노조(IG Metall)는 사용자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전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 390만 명의 임금을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6퍼센트 인상하고 노동자들이 [최대 2년까지]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일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대비해 부양 가족이 있는 조합원에게는 매달 200유로[약 26만 원]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수출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실업이 역대 최저치인 상황을 기회 삼아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한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규율이 훼손될까 봐 우려한다.
한 노조 연구소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더는 공장 문 바깥에 실업자 10만 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은 검증된 노동력을 독일 안에서 충분히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금속 산업이 구인 광고를 낸 일자리 수가 공식 실업자 수보다 크다. 기업 22퍼센트가 [인력 부족으로] 생산설비를 충분히 돌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이나 사용자들의 공격뿐 아니라) 경제 성장도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한다.
흔히들 독일 자본주의가 사용자, 노조,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동반자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구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호황기에 “산업 평화”를 유지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노동 조건은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단체협상(산업별, 지역별, 기업별)으로 정해진다. 노조들은 더 나은 조건을 얻으려고 단체협상 갱신 때 종종 “경고 파업”을 벌인다.
그런데 올해 협상에서는 노사가 전보다 더 예리하게 충돌할 수 있다. 독일 자본주의 근저에 깔린 문제 때문이다.
금속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쟁점으로 부각시켰는데, 이는 십여 년 동안 없던 일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은 “노동자들이 만든 이윤을 누가 가져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들은 명백히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습니다. 주식은 오르고 관리자들 봉급도 올랐습니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2007년 세계적 위기 전까지 사용자들은 이윤을 올리려고 노동자들을 더 쥐어짰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동반자 관계”는 껍데기만 남았다.
1990년대부터 사용자 단체들은 소속 기업들이 산업별 교섭에서 빠져나가도록 허용했다. 현재 금속노조와 다투고 있는 금속사용자연합(Gesamt Metall)이 이를 잘 보여 준다.
2000년대 접어들 무렵에는 산별 교섭의 적용을 받는 금속사용자연합 소속 기업이 6252곳이었다. 그러나 2013년이 되면 금속사용자연합 회원사 6826곳 중 절반 정도만 산별 교섭의 적용을 받았다.
금속노조는 독일 자본에 상당한 피해를 끼칠 잠재력이 있다. 수출 산업은 호황이고 독일 자본주의는 여전히 취약하고 정부는 긴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금속 노동자들이 돌파구를 연다면 전체 노동계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사가 작성된 이후 15일에 3차 교섭이 열렸지만 타결되지 않았고 다음 교섭은 25일로 예정돼 있다.]
사민당의 연정 참여는 노동자들에게 해롭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번 쟁의를 조속히 마무리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외르크 호프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짧고 강한 투쟁이 양쪽 모두에 이롭다.” “우리는 우리 요구를 성취하길 바란다. 동시에 생산 중단도 사용자들이 견딜 만한 수준이 되길 바란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 하나는 노조 지도자들이 사용자들과의 동반자 관계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은 우려도 있다. 노조 지도자들은 노동자 투쟁이 자칫 보수 기민당과 중도좌파 사민당 사이의 연정 협상을 어그러뜨릴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1월 5일 기민당과 사민당은 향후 협상의 청사진에 합의했다. 연정 구성까지는 아직 많은 협상이 남았지만 파란불이 들어온 것이다.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총(DGB) 위원장은 연정이 구성되는 것이 “독일과 유럽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민당-사민당의 “대연정”은 좌파와 노동계급에 재앙이 될 것이다.
그리되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원내 제1 야당이 된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의회에 진출하면서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래 처음으로 나치가 의석을 차지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난민을 공격하는 인종차별을 기반으로 건설된 정당이고 계속 우경화하고 있다. 소속 의원 92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나치일 뿐 아니라 나치들이 당의 주요 직책과 지역 조직을 점차 차지하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부상하는 데는 난민 위기 속에서 독일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경화한 것이 작용했다.
[2015년] 난민들이 유럽 고속도로를 따라 행진하고 이들에 연대하는 정서가 확산하자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우익은 재빨리 이를 공격하고 나섰고 그러자 메르켈은 인종차별에 영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또한 사회 밑바닥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쓰라림을 먹고 성장했는데 특히 동독 지역에서 그랬다. 동독의 더 가난한 지역들에서 좌파당 디링케는 지방정부에 참여해서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좌파들이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훼손됐다.
사민당은 노동계급을 공격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는데 9월 총선에서 21퍼센트를 득표한 데 그친 것이다. 혹독한 패배를 겪은 후 사민당 지도부는 이번에는 메르켈과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기민당과 자유주의 우파 정당 자민당 사이의 연정 협상이 결렬되자, 사민당 지도부는 정치 안정을 제공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사민당이 보수 진영과 또 다시 한 살림을 꾸리게 되면 정치 지형은 (저항이 없다면) 더 우경화할 것이다. 메르켈은 긴축을 더 많이 실시하고 사용자들만 챙기는 유럽연합의 통합을 강화하고자 한다.
사회주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무엇보다 노동계급 투쟁을 강조하는 대안을 내놓을 때 이런 정치 지형을 다시 왼쪽으로 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