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줄타기식 대처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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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 방식은 한마디로 줄타기이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명시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나쁜’ 합의라면서도, 대안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이 아닌 일본과의 ‘장기적 대화’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 핵심부의 솔직한 생각은 최근 주일 한국 대사가 밝힌 것 같다.
1월 15일 주일 한국 대사 이수훈은 이렇게 말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는 (사드 배치처럼) 아무리 대화해 봐야 소용도 없고 … 자꾸 해결하려고 하면 상처만 덧난다.” 이제 그만 봉합하고 대북 한일 공조 등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일명 ‘사드형 해법’이라고 불렀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 발언을 두둔했다.
‘사드형 해법’이란 문재인 정부의 기존 ‘투 트랙’(역사 문제와 한·일 간 안보·경제 관계를 별개 문제로 다루겠다는 것) 기조를 의미한다. 동시에 사드 배치 때처럼 전임 정부의 잘못을 다 뒤집을 순 없다며,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음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겐 ‘해법’일지 몰라도 성주 주민들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전혀 ‘해법’이 아니다.
한편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은 23일 “올해 안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왔듯이] 화해·치유재단을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제때 제대로 시행될지 미지수다. 일본이 반발하자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여가부 발표를 부인했다.
합의 이행 촉구하러 온다는 아베, 그를 환영한다는 문재인
이런 상황에 일본 총리 아베가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는 분명한 어조로 “[문재인을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바로 아베 방한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자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아베는 그간 올림픽 참석 여부를 위안부 합의 이행 여부와 연계해 한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아베의 평창 방문을 성사시키려고 공을 들였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항의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사드 배치 강행, 한일 위안부 합의 유지의 배경에는 모두 미국 제국주의가 있다. 미국은 한·미·일을 동맹 관계로 묶고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자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이전의 전통적 친미 우파들보다는 덜 노골적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주당도 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그리고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한미동맹이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런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까지 할 동기를 찾긴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