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 이후로도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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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 참사가 구조적 인재였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제천 화재 참사를 조사한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부실한 방화 관리, 건축 구조상 급속한 화재 확산, 소방 대응력 부족 등이 복합돼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인재”라고 발표했다.
부실한 방화 관리와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알려진 것들이다.
스프링클러와 배연창은 잠겨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는 닫힌 채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었다. 건물 외벽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방화 구획도 매우 불량했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 출입문은 방화문이 설치되지 않아 실내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건물주는 돈벌이를 우선해 생명과 안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화재 현장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경찰은 충북도소방본부와 제천소방서를 압수수색하며 사법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참사의 책임을 현장 소방관들에게 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전가 성격이 짙다. 물론 현장 상황 판단이 늦고 서툴렀던 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더 컸다. 화재에 취약한 건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소방 관리, 구조를 어렵게 만드는 소방 관련 규정 등. 이런 구조적 문제의 이면에는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시스템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방 공무원 처벌을 반대하고 있다. 관련 청와대 국민 청원은 10여 일만에 4만 명이 참여했다. 화재 현장을 취재한 일부 지역 언론 기자들은 “기자들과 정치인들이 소방관들을 펜과 혀로 죽여 희생양으로 삼은 문화(文火) 대참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정부에게 책임을 따진다. 하지만 화재 원인을 진지하게 규명하거나 재발 방지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안전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 투자를 삭감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을 위협해 온 주된 책임자다. 그들은 소방 인력 확충 예산에도 반대했다.
그들에게 이 참사는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것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등은 화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왜 소방관 증원에 반대하냐” “지난 9년(이명박, 박근혜 정부)동안 재난 대비를 위해 무얼 했느냐”는 항의만 받았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충북도의원 강현삼이 일찌감치 실소유주 의혹을 받아 왔다.
건물 구입 과정에서 경매 비리가 있었다는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강현삼의 처남인 건물주는 경매 개시 당시보다 25억 5천만 원 싸게 건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 건물 구입비의 95퍼센트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과정에도 도의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강현삼은 충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이 지위를 이용해 소방 안전 점검 지적 사항을 은근슬쩍 덮고 넘어가려 하진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위선적이게도 '제천 화재 참사 진상조사단'을 꾸렸는데, 이런 비리들의 진상부터 철저히 조사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소방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천 화재참사가 있은 지 한 달여만에 밀양에서 또다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도돌이표처럼 대형 참사가 되풀이된다. 대형 참사를 미흡한 현장 대응 문제로만 협소하게 볼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고, 부패와 비리를 낳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다. 이 비열한 우선순위에 도전해야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