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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부실로 인한 타워크레인 사고의 책임을 조종사에게 떠넘기지 말라

국토교통부는 1월 5일 타워크레인 종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오래된 타워크레인의 관리 강화, 검사 내실화와 같이 안전 점검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 타워크레인 조종석 감시카메라 설치 등 문제적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것은 설치 해체 뿐만 아니라 ‘일상적 운전에도 타워크레인 조종석 내부를 감시카메라로 지켜보겠다’는 사측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국토부는 ‘손과 레버만 촬영 하겠다’고 하지만, 국토부 담당자가 야적장의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한번이라도 앉아 보았다면 이런 변명이 얼마나 궁색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종실 카메라 설치는 다 낡은 기계에서 비롯하는 사고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떠넘기는 황당한 태도다.

남양주, 평택, 용인 등 최근의 타워크레인 중대사고는 대부분 장비 결함과 노후화가 문제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은 잦은 사고의 원인이 ‘안전수칙 위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노후장비 관리 강화, 검사 내실화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의 관련법 개정안에 조종실 감시카메라 설치를 끼워 넣은 의도가 의심스럽다. 사고의 책임을 조종사에게 떠넘기고, 일상적인 감시로 임대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노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실은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집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온종일 스트레칭도 못하는 비좁은 공간 속에서 온몸을 새우처럼 구부린 채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체가 손 높이로 숙여진다.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여름에는 달궈진 조종실의 열기가 40도로 오른다.

타워에 오르자마자 다 벗고 팬티만 걸친 채 몸을 흠뻑 적시고도 계속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쉼 없이 타워크레인을 가동해야 한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 피로가 쌓여도 조종사들이 장비를 조작할 때마다 긴장의 고삐를 조이는 이유는 한 순간의 사고가 동료 건설노동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녹가루와 페인트 냄새에 시달리는 조종실의 노동 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반대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더 많은 긴장과 피로를 자아내 되레 사고 위험을 높일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건설 현장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일방적으로 설치돼 왔다. 심지어 타워크레인의 ‘안전작업’을 이유로 타워크레인 트레인롤러에도 감시카메라가 무작위로 설치돼 왔다.

그렇다면 감시카메라가 타워크레인의 사고를 막아 왔는가?

절대 아니다!

감시카메라에 관계 없이 다 썩어버린 고철덩이 타워크레인은 젓가락처럼 휘어지고 나무처럼 부러지는가 하면 100미터 바닥으로 나뒹굴며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여 왔다.

정부가 ‘일제점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한 지난 몇 달 동안에도, 나와 많은 동료 조종사들은 현장에서 조종실을 포함해 타워크레인을 빈틈없이 조사하는 검사관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건설 현장에는 아래 사진처럼 녹슬고 규격에 안 맞는 부품을 억지로 끼워 맞춘 타워크레인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안전 문제에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

안전키(핀)를 끼우지않고 철사로 임시 고정(왼쪽), 안전키(핀)를 아예 끼우지 않음(오른쪽)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들은 공기단축으로 이윤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안전수칙 위반을 조종사에게 강요한다.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크레인의 대각선 작업과 같이 법으로 금지된 위험 작업을 사측이 강요해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이를 문의해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유야무야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위험 작업을 없애려면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오히려 조종실 감시카메라 설치로 노동 통제가 강화되면 조종사들은 부당한 요구에 맞서기 더 어려워지고, 오히려 사고의 위험과 함께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길 여지만 높일 것이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 원인을 뒤로한 채 수박 겉핥기 식의 땜질처방인 조종실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국토부의 눈 먼 시도에 항의하면서, 이 기회를 틈타 노동자 통제를 강화 하려는 사측의 기만적인 꼼수도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