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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에 부쳐:
노동계급 처지가 개선되려면 대중 투쟁이 중심이 돼야 한다

1월 3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의 브리핑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자들은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양극화 해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보장, 4차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등 시대적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앞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개편 방안과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1. 25)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 논의”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사실상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참가의 걸음을 뗀 것이다.

노동계급이 양보를 얻는 게 아니라 양보를 강요당할 것이다 ⓒ출처 노사정위원회

대화에 적극적인 김명환 신임 지도부가 취임하자,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연이어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사회적 대화 복원을 촉구했다.

햇볕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대표자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 재편을 논의하자는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의 제안을 “열린 자세”라고 평가하며 이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위원장 담화문).

그러나 김명환 위원장은 후보 시절,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위한 신8자회의’를 제안하면서 “[여기에] 노사정위원장이 들어가는 순간 식물화하고 있는 노사정위에 영양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었다(〈매일노동뉴스〉 2017. 11. 20).

무엇보다, 김명환 신임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 추진은 이전 정부들의 대화제의와는 다르다고 보는 듯하다. 이전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하고자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와 “국정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며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대화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여 성취하려는 것은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람을 일으켜 옷을 벗기느냐 햇볕을 쬐어 그렇게 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문재인은 대통령 선거 때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해 왔다.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 모델로 유력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네덜란드 사례다. 네덜란드 ‘모델’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여성·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며 임금 양보를 수용했다.

광주형 일자리

올초부터 다시 부상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한 가지 사례다.

‘광주형 일자리’는 친환경차 생산설비를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되,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대차·기아차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은 중앙 단위뿐 아니라 산업·지역 타협도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 정부 안팎의 온건 개혁파 인사들은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의제로 특히 연대임금을 꼽는다. 그런데 이것은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을 포함한다. 노사정위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상층부를 자제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이냐 … 과거 정부에서 1차 노동시장을 약하게 하면 양극화가 극복될 것 같다고 [했다면], 이제는 자발적인 연대임금전략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사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인식을 같이하였다”(민주노총의 브리핑)는 사회적 대화 의제들은 대부분 한국 경제의 위기 장기화와 저성장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이런 의제들을 놓고 노동자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경제 위기 때는 국가 경제와 기업 생존을 위해 노동자들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입증

물론 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지도부는 조합원 직접선거를 통해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내용을 합의할지에 대한 지지까지 얻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고 도리어 양보가 강요된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면, 기존 노사정위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것이다.

좌파들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들춰 내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협상하는지도 감시해 들춰 내야 한다.

우리는 김명환 신임 지도부가 대화뿐 아니라 투쟁도 공약했음을 기억한다. 김명환 위원장 자신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을 기도하고, 최저임금 무력화를 방조하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제로’ 항의를 무시하는 상황을 보면, 그에 걸맞은 투쟁이 조직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기성 정치구조나 대화·교섭을 위한 압력 수단 정도로 생각한다면, 대화에 발목이 잡혀 투쟁 적기를 놓치고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좌파들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고 조직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대화 기구에 들어가고 투쟁을 뒷전으로 한다고 해서 기층에서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좌파가 그런 투쟁을 지지하고 고무할 때 노동자들이 대안 부재 때문에 나쁜 안을 수용하고 수동적이 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다수가 사회적 대화 참가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런 노동자들을 경멸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는 것이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 논의를 구체적으로 폭로·비판하는 한편으로,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대중 투쟁을 지지하고 촉진하려 애씀으로써, 사회적 대화의 본질과 한계를 대중에게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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