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 자유한국당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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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충남도의회에서 인권조례 폐지안이 결국 가결됐다. 재석 의원 37명 중 25명이 찬성했다(자유한국당 소속 24명, 국민의당 소속 1명). 이미 제정된 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인권조례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충남도민 인권 선언의 기초가 됐었다.
지난해부터 충남에서는 우파 개신교 세력이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인권조례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올해 1월 15일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주도해 폐지안을 발의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우파 결집 수단 중 하나였을 테다. 폐지안 의결 하루 전날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홍문표는 충남 우익들을 국회로 불러 들여 “나쁜 인권조례 폐지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음을 보이려 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폐지안 발의하면서 ‘도민들의 갈등을 막기 위함’이라 했지만, 이내 자기 자신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일부임을 드러냈다.
2일 충남도의회 인권조례 폐지안 찬반 토론에서 폐지안 대표 발의자 자유한국당 김종필은 “충남도의 인권 정책에 동성애를 나타내는 조항[이] ... 동성애자를 옹호[해] 동성애 증가 우려와 에이즈 환자 증가 문제가 있다”며 동성애를 비난했다. HIV/에이즈 감염이 성적 지향과 상관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의학적 상식조차 무시한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 도의원 김용필도 “소돔과 고모라는 동성애가 진행됐던 지역[이라서] 유황불이 일어나서 파괴됐다”, “미풍양속과 우리 질서[를 지키고]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단호히 맞서야 한다”는 둥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말을 쏟아냈다.
표결 당일 충남도의회 앞에서는 우익들이 “나쁜 충남인권조례 폐지” 집회를 벌였다.
이토록 성소수자 혐오적 우익이 날뛰는 데에는 문재인 정부가 성소수자 쟁점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도의회에서 폐지안이 가결된 날 정현백 여가부장관은 한국기독교연합을 찾아 ‘성평등’ 용어가 동성애와 무관한 ‘젠더 이퀄리티’의 단순 번역어라며 우익을 달래려 했다. 더민주당 충남도당은 자유한국당 도의원 3선 출신인 조치연이 폐지안 발의 동참 후에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줬다.(그는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전 충남도가 "[실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도의회에 대한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는 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앞선 행태를 볼 때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미덥지 못하다.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은 폐지안 가결 직후에 매우 옳게도 인권조례를 되살리기 위한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