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할증 제도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이 못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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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사정 대표자 회의 재개, 2월 임시국회 개회, 3월 대법원 선고 등을 앞두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휴일·연장수당 중복할증 문제가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진보연대의 《오늘보다》 36호(2018년 1월호)에 실린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에서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중복할증 제도가 노동시간 단축 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할증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은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임금 수입을 조금 보충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연구원은 대안으로 “법정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계도·규제·처벌”과 “고정급(기본급+정기수당 및 상여금) 크게 인상”을 제안한다.
박 연구원의 이런 문제의식은 그동안 법정노동시간 단축(특히 주 40시간제)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2003년 8월부터 법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노동부의 탈법적인 행정 해석에 따라 법정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까지 허용됐다. 게다가 신규 고용보다는 기존 노동자에게 연장·휴일수당을 지급하는 게 임금 비용이 더 싸다고 판단한 사용자들은 “노동자 스스로 연장노동을 택하게” 해서 실노동시간 단축을 가로막아 왔다. 그래서 실노동시간 단축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단지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법정 ‘최대’ 노동시간(연장근로) 단축이 중요하고,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이 아니라 고정급 인상이 중요하다고 박 연구원은 주장한다.
결국 박 연구원은 사용자들이 당면해서 거부하는 중복할증을 노동자들이 방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시사한다.
기본급 대폭 인상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그에 따른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 기본급을 대폭 인상하라는 요구는 일반적으로 말하면 올바른 주장이다. 연장근로 없이도 어지간한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방안인 기본급 대폭 인상이 노동시간 단축에 더 유리한 방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 요구가 기본급 대폭 인상 요구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연장·휴일수당이 크게 인상되면 사용자들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사용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복할증 같은 연장·휴일수당 인상이 무의미하다고 할 까닭은 없다.
설사 박 연구원의 주장처럼 중복할증 문제가 전적으로 임금을 보충하는 문제라고 할지라도 이 요구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정부와 사용자측은 임금 동결·삭감을 위해 ‘중복할증 불가’를 주장한다. 경총은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이 결정되면, 3년치 체불임금과 올해 지급해야 할 추가 임금까지 합쳐 7조 원가량 손실을 본다고 우는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조사를 보더라도, 실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면서 휴일근로를 하는 사람(특고 제외)은 191만 명이나 되고, 기업들이 지난 3년간 지급하지 않은 중복할증분 체불 임금은 5조 원으로 추산된다.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닌 것이다.(물론 앞으로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줄어들면, 연장·휴일수당을 중복할증 받는 노동자 수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훨씬 중요한 점은 투쟁의 맥락을 보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사용자들이 중복할증을 반대하는 것은 계속 싼 인건비로 휴일·연장근로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관행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라도 중복할증을 지지해야 한다.
공세적인 투쟁을 벌일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사용자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적 투쟁은 꼭 해야만 한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임금 동결·삭감과 휴일·연장근로 계속 사용을 위해 중복할증 불가라는 공세를 펼치는데도 이를 그냥 보아넘긴다면 기본급 대폭 인상이라는 공세적인 투쟁을 위한 발판을 빼앗기게 되는 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