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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사회주의자 의원 브리드 스미스의 의회 연설:
“낙태 금지 헌법을 폐지하고 어두운 역사를 청산합시다”

아일랜드에서는 5월 말 낙태금지법 폐지를 묻는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다음은 낙태권 운동의 주요 활동가이자 ‘이윤보다 인간을' 소속 사회주의자 국회의원 브리드 스미스(사진)가 1월 말 아일랜드 의회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며 한 연설을 축약 번역한 것이다.

아일랜드 의회는 낙태권 문제에 있어 부끄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 부끄러운 역사를 직접 제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대법원이 ‘X 사건’*에 관한 판결을 내린 지 21년이나 지나도록, [초선 좌파 의원] 클레어 데일리가 2012년에 문제 제기하기 전까지 무려 21년이나 그 어느 정당도 낙태권을 제기할 배짱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온몸이 움찔할 정도입니다.

[낙태 금지를 헌법에 명문화한] 1980년대의 어두웠던 역사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2017년 현재, 한 젊은 여성이 낙태시술을 받지 못하면 자살할 것이라 말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혔습니다. 2014년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여성을, 뱃속 태아의 맥박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주 동안 연명치료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4년, 강간당한 한 여성난민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제로 임신을 지속해야 했습니다. 그 외에도 고통받은 여성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낙태를 둘러싼 이슈에는 사회경제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돈만 있으면 아일랜드에서도 언제든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만 있다면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서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여성, 난민 여성, 직장에 휴가를 낼 여유도 돈도 없는 여성이라면 낙태를 금지하는 조항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저는 의료진과 의학 전문가들이 이 사회에서 존경받아야 하고 여성을 도울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여성들이 긴밀한 조력 속에서 자신의 신체와 건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임신 기간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선택할 수 없는 유일한 기간입니다. 제가 아는 여성들 중에는, 유산했는데도 의사가 유도분만할 때까지 20~25시간 동안 지켜보자고 해서 그 긴 시간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50대 후반인] 제 나이의 많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안전한 낙태 시술을 무상으로

[낙태 금지를 명문화 한 1983년의] 8차 개헌을 지키는 것이 고결한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여러분이 옹호하는 것은 이 나라의 어두운 역사일 뿐입니다. 8차 개헌을 옹호함으로써 태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낙태금지법(8차 개헌) 폐지 투쟁. 브리드 스미스는 가운데 서 있다

그 누구도 다른 이에게 강제로 임신할 것을 강요하거나 임신을 지속할 것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은 무슨 방법이든 찾아서 임신을 중단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그렇기에 쟁점은 합법화된 낙태인가 불법화된 낙태인가로 귀결됩니다. 낙태시술을 받기 위해 여성들이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지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속해야 할까요? 14년 징역형이라는 끔찍한 현실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부모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어떤 의학적 조언 없이 구한 약을 자기 침대에서 삼키도록 만들어야 할까요?

저는 아일랜드 헌법에서 8차 개헌 내용을 완전히 삭제하고 무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는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 5명 중 1명이 빈곤 속에 살아갑니다. 그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인간이지만 몸을 뉘이고 쉴 공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일랜드는 유엔 협약에 보장된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아이들이 노숙인 보호소에 수용됩니다. 만약 생명이 그토록 소중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벌이는 투쟁에 함께합시다. 장애인 차별을 없애고, 노숙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 긴축을 막고 인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에 함께합시다. 저처럼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성의 선택권에는 아이를 가질 권리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을 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만약 집이 없다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일자리가 없다면, 즉 존중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결정권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임신에 대한 통제권과 아이를 가질 권리 두 가지 모두입니다. 그런 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미래 사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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