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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새 임금체계:
격차 해소는커녕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할 뿐

정부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자에게 적용할 새 임금체계 안(‘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내놓았다.

이번 전환 대상 중 약 64퍼센트에 해당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사무 보조, 조리사 직종이 1차 적용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는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반으로 확대해 나아가려 한다. 장차 30만 명가량이 이 모델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표준임금체계 모델이 직무급제로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가 “격차 해소”와 “공정성” 같은 그럴 듯한 명분을 갖다 붙이는 것과 달리, 표준임금체계는 무기계약직의 저임금 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직무 등급의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또,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이 적어, 15년이 걸려 최고 단계로 승급해도 1단계에서 받던 임금의 10퍼센트를 더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이 임금 억제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이 방안을 마련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존 무기계약직의 수당과 임금체계, 호봉체계 등을 그대로 인정”하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새 임금체계인 직무급은 “저숙련 인력”에게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방법이자, 직무별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안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기계약직이 된 정부청사 노동자들에게 이미 이 모델을 도입했다. 이 사례는 과연 정부가 ‘노동 존중’ 의사가 있는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저임금 고착화 걱정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님도 보여 준다. 정부청사 환경미화원의 경우 직무등급 1단계 월급이 157만 원이고, 10년을 일해 6단계가 돼도 고작 14만 원 오를 뿐이다.

정부는 올 3월 직무급제를 적용한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체계 개편안’도 내놓으려 한다. 기관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신입 사원과 장기 근속자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말이다. 그러나 그 방안도 실제로는 정규직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끌어 내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는 노동부가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실무 TF 확대회의’에 최근 참석했다. 하지만 새 임금체계 논의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논의 거부에서 더 나아가, 임금 억제와 저임금 고착화 시도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