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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재개 중단하라

한미군사훈련 때문에 4월부터 불쾌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출처 해군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큰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남북 화해로 한반도 긴장이 녹기를 바라는 심정이 남북 단일팀 응원에 투영된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을 보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제안하자,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대결보다는 해빙을 바라는 국민 정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는 자들은 자유한국당 등 우익 밖에 없다.

북한은 올림픽을 계기로 전쟁 위협 국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듯하다. 2월 12일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북측이 핵 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자신의 패를 남한과 미국에게 보여 준 셈이다.

채찍을 든 미국

그러나 미국 부통령 펜스가 평창에서 북한 인사들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데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여전히 기존의 “최대한의 압박”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평창의 ‘평화’와 대화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압박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2월 18일 국무장관 틸러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근 대신 거대한 채찍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

틸러슨은 같은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 옵션이 살아 있음도 분명히 했다. “나는 북한에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지기 전까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북·미 간에 탐색적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북·미 대화의 중장기적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이 기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것과 가장 큰 관련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를 중국의 도전을 제압하는 문제와 노골적으로 연계해 왔다.

최근 호주 주재 대사로 지명된 미군 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는 미국 하원에서 미·중 간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남중국해 문제를 주로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한반도도 이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한국의 우익은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고무돼 남북 대화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자유한국당 대변인 장제원은 북핵 폐기 없는 남북 정상회담은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우익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돈봉투를 줬다’는 폭로가 나왔을 만큼 자기네 당이 남북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사실을 그새 잊은 듯하다. 그래서 더 꼴사납다.

양극화

문재인은 남북 대화를 지속하길 원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경쟁과 미국의 대북 압박이 문재인 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정부도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깨뜨리는 선택은 극구 피하려 할 것이다.

정세현을 비롯한 일부 여권 인사들은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북한 핵실험·미사일발사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또는 중단’을 교환하는 “쌍중단” 해법을 추진할 때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입으로는 대화할 수 있다고 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해 버리면 이건 지난해 상황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겁니다.”(정세현, 〈프레시안〉 2월 14일 인터뷰)

평화 운동 일각도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시도를 환영하며 그 방향으로 더 밀어붙이라고 정부에 촉구한다. “문재인 정권이 9·19 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냈던 참여정부의 역할을 교훈 삼아 대화의 판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은 크게 진전될 수 있다.”

최근 “한미군사연습, 북핵미사일 실험 중단”(즉, 쌍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평화 운동 일각에서 다시 커지는 데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벌써 속도 조절?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남북 해빙’이 지속될지를 가르는 시금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4월에 실시된다고 못 박았다. 훈련 규모 축소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도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기정사실화했다. 심지어 훈련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심지어 남북 관계 개선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북·미 대화와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에 여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한 배경이다.

제국주의적 경쟁이 계속 악화하고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의 틀을 넘지 않기로 한 이상, 평창의 평화는 안타깝게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에는 미흡하다. 한반도의 중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반도 평화 운동 건설의 필요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4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처럼 미국의 제국주의 공세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에 항의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새로 각성하면서, 노동자 운동은 평화 운동의 기초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