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권리 찾기 토크콘서트:
“기간제 교사가 뭉쳐서 노조를 만든 것이 우리 투쟁의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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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기간제교사노조가 주최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기간제 교사들이 함께 모여 기간제 교사로서의 삶과 투쟁, 노동조합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기간제교사노조를 지지하는 공대위 소속 여러 단체 회원들과 전교조 조합원들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초대 소님으로 나온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님 김성욱 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 기간제교사노조 경상지부장은 솔직한 발언으로 참가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을 줬다.
특히, 김성욱 아버님이 딸의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 투쟁해 온 이야기는 참가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우리 딸은 매일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학생들과 함께 했어요. 교사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순직 인정 투쟁을 할 때 힘든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기간제 교사는 대학만 나오면 할 수 있는, 그냥 잠깐 학교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점이에요. 임용고사 때문에 다르다고 하는 것 같은데 기간제 교사들도 다 교사 자격증이 있어요. 저는 우리 딸 반 학생들하고 지금도 연락을 해요. 학생들은 제게 ‘우리 선생님이 기간제 선생님이라서 우리에게 소홀히 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절 위로해 줬습니다.”
고 김초원 선생님을 명예 조합원으로 추대하다
이날 기간제교사노조는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지만 수많은 지지와 끈질긴 투쟁으로 차별을 극복한 상징”인 고 김초원 선생님을 명예 조합원으로 추대했다. 박혜성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두 기간제 교사가 목숨을 잃고도 순직 인정조차 받지 못한 현실은 기간제 교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느끼게 만든 중요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기간제 교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와 주신 김성욱 아버님에게 뜨거운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간제교사노조 경상지부장은 임용 시험의 문제점과 기간제 교사 차별에 대해 날카롭게 폭로했다.
“저는 사범대학을 나왔어요. 1991년 [처음으로] 임용 시험을 실시할 때 우리는 시험에 응하지 않고 맞서 싸웠어요. 시험장 가서 부당하다고 외치고 퇴실하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임용 시험은 독재정권 하에서 나온 교사 길들이기 정책이었기 때문에 반대했던 거죠. 그렇지만 이기지 못해서 결국 임용 시험이 실시됐어요.
저는 20년차 기간제 교사입니다. 그동안 ‘사람이 이런 차별을 받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차별을 겪을 때마다 1991년도의 투쟁이 생각납니다. 그때 이겼어야 했는데 하고 말이죠.
이제는 기간제 교사가 너무 많아졌어요. 그리고 차별도 더욱 심해졌죠. 최근에 다시 기간제교사 문제가 쟁점이 됐어요. 우리도 노조를 만들었죠. 이번이 학교 현장을 참교육의 현장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예요. 기간제 교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참교육을 위해서 학교에서 비정규직은 없어야 해요.”
불만을 쏟아 내다
다른 기간제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겪은 여러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감 선생님이 부르더니 ‘월급 줄 테니 방학에 나와 근무해. 공무원은 일해야 월급 받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기간제교사 한 지가 얼마 안 돼서 부당한 지도 모르고 매일 나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몰라요.”
“2월마다 반복되는 고용 불안이 제일 힘들어요. 3월에 재계약이 될지 알 수 없으니까 2월마다 너무 불안해요. 그리고 꼭 재계약 앞두고 업무분장하자고 하니까 부당한 업무도 거부할 수가 없어요.”
“기간제 교사 근로 계약서에는 휴직 교사 복직 등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요. 1년을 계약하고도 갑작스레 해고되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없습니다.”
“바른 소리 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취업도 힘들어요. 이전 학교 교사들에게 전화해 해당 기간제 교사에 대해 평판을 묻습니다. 정교사나 관리자가 뭐라고 하느냐에 채용이 달려 있게 되는 겁니다.”
“저는 사회 교사인데 정치적 행동, 의식화 교육 할 거냐는 질문을 최근 면접에서 받았어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나왔다.
“스포츠강사를 오래 하다가 지난해부터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어요. 10년 전에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페인트 작업하고 제초 작업도 시켰어요. 처음이라 뭘 몰라 교사들이 이런 일도 다하나 보다 했어요.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화 한다고 했을 때 스포츠강사나 기간제 교사 둘 중 하나는 정규직 전환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둘 다 전환에서 배제됐을 때 큰 실망을 하고 배신감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차별 당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것, 이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윤지영 변호사는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된 것이 왜 부당한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상시 업무에서 종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많다는 기간제법에서도 상시 업무는 2년 이상 되면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에요. 따라서 법적으로 다퉈볼 만합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어요. 교육공무원법 상 신분보장 규정이 기간제 교사에 적용되지 않아요. 따라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어요. 이 규정을 싸워서 없애고 더 큰 법의 원칙을 적용하라고 요구해야 해요.”
노조로 뭉치다
토크콘서트의 마지막 주제는 노동조합이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과 함께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배제에 맞서 계속 싸워 나가자고 했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배제에 맞서 싸울 때, 기간제 교사 운동은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단번에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한 운동의 의미는 매우 커요. 무엇보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잖아요. 기간제 교사가 뭉쳐서 노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큰 성과죠. 이후 다시 기회가 왔을 때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거예요.
세월호 사고로 돌아가신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투쟁이 기간제 교사들의 행동을 촉발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기름을 부은 것이죠.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정환 정책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우리 기간제 교사들도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 갑시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기간제 교사들의 솔직한 생각과 절실한 바람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의 첫 발을 뗀 기간제 교사들을 격려하며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따뜻한 연대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